"대구엔 '대구은행역'이 있다"

대구=권화순 기자 2009.01.16 09:52
글자크기

'지역경제 젖줄' 대구은행 이화언 행장

- "소비 투자 수요 악화 4대강 고급화가 살길"
- 가장 큰 문제는 협력업체 자금난
- 막힌 돈줄 풀어줄 정책사업 시급

대구에는 '대구은행역'이 있다. 서울로 치면 '국민은행역'이나 '우리은행역'이 있는 셈이다. 역이름으로 특정 상호를 쓰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대구시에서 대구은행은 각별한 존재다.



대구·경북지역이 경기침체로 '백척간두'에 놓였다. 이렇다할 대기업 없이 중소기업 만으로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다. 이 지역에서 올 한해 대구은행의 '활약'을 기대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대구엔 '대구은행역'이 있다"


지난 14일 대구은행 본점에서 이화언 대구은행장(사진)을 만났다. 그는 경제현실을 '비관'했으나 전망은 주저없이 '낙관'했다. 제시한 해답은 '줄탁동시'(茁啄同時)였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함을 뜻한다.

이 행장은 "소비, 투자, 수요 모든 면에서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우선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건설 및 조선사가 거의 없다는 게 근거다. 기껏해야 워크아웃을 신청한 건설사는 C&우방 하나뿐이다.



업종별로 섬유업체의 경우 이미 외환위기 시절 1차례 '옥석'이 가려졌다. 이 행장은 "지금 살아남은 섬유업체들은 상당부분 경쟁력이 있다"면서 "고급화 전략을 잘 펼친다면 앞으로 대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전하는 기계·자동차부품업종에 대해선 "대기업들이 휘청거리면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나 1차 협력업체의 경우 그동안 이윤을 많이 축적해놓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자금난으로 하루하루 겨우 버티는 2~4차 협력업체들이다. 은행권의 지원이 시급하다. 이 행장은 "이런 업체를 적극 지원할 시점"이라면서 "이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확신했다.


지역 사정을 잘 모르는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발을 빼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역경제와 '운명공동체'인 대구은행은 그럴 수 없다. 더구나 업체의 '숟가락 숫자'까지 다 알 정도로 재무 및 비재무정보 모두 꿰고 있다.

이런 강점이 십분 발휘될 수 있는 시점이란 얘기다. 지점당 10건 이상 유동성 지원을 독려하고 설특별자금으로 3000억원을 풀었다. 또 대구신용보증재단에 30억원을 출연한 것은 이런 전략에서다.



이 행장은 지역경제의 새 돌파구로 '4대강 정비사업'을 꼽는다. 그는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면서 "꽉 막혀있는 돈줄이 확 풀릴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지역의 유동성에 큰 도움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