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캠코, 부실채권 가격 '신경전'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9.01.0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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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격 현실적으로", 캠코 "사후 정산방식 수정 어렵다"

부실채권 가격을 두고 은행권과 자산관리공사(캠코)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은행권은 부실채권 인수가격을 보다 '현실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캠코가 회수율 10%를 웃도는 채권을 1%도 안되는 '헐값'에 매입한다는 얘기다. 또 캠코에 유리하게 돼 있는 사후정산 방식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과 저축은행은 지난해 2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캠코에 팔았다. 1조원에 그친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로 은행별로는 1500억~2000억원가량을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경기침체 탓에 연말 연체율이 급등한 여파다. 은행권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부랴부랴 부실채권을 털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이 꽉 막혀 캠코에 매각하는 방법을 택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은행권은 울상을 짓는다. 캠코가 시장가격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값을 요구했다는 얘기다. 특히 A은행의 경우 부실채권의 30%가량(최초대출액 기준)을 차지하는 신용대출 채권을 평균적으로 원가의 0.7%에 팔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 5년간 신용대출 부실채권의 회수율이 17~18%에 달하고, 당장 부실채권시장에 내다팔아도 10% 이상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캠코 관계자는 "채권 구간별로 최고 5.4%~0.16%까지 적용하고 있다"며 "신용대출 규모도 NPL거래가격 기준으로는 전체의 10% 미만"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차주 중심의 매각방식이다. 통상 차주 한 사람당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절반씩 섞여 있다. 담보대출만 따로 떼 캠코에 매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신용대출도 함께 매각해야 하는 구조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를 들어 5억원 규모의 신용대출이 부실화되면 이를 고작 350만원에 팔아야 하는 셈"이라면서 "부실채권으로 분류된 지 3개월 이내가 대부분이어서 회수도 쉬워 캠코 입장에선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후정산 방식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캠코는 담보가액의 100%를 쳐주고 은행에서 부실채권을 산다. 이후 경매절차를 통해 최종 확정된 가격에 다시 정산한다.



은행이 5억원에 부실채권을 팔았더라도 최종 가격이 이보다 낮으면 차액만큼 캠코에 돌려줘야 한다. 반면 최종가격이 5억원 이상이면 일부만 돌려받는다. '리스크'가 없는 탓에 캠코가 담보물을 높은 가격에 팔 유인이 없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의 이런 주장에 캠코는 난색을 보인다. 캠코 관계자는 "회계법인에 자문한 결과 회계처리 등 문제로 당장 사후정산 방식을 수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추후 은행권이 원한다면 확정매입가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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