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을 향한 여당의 느낌이다. 여당 내 계파를 가리지 않는다. 소위 '친이(친 이명박)'건, '친박(친 박근혜)'이건 똑같은 마음이다. '국정 난맥' 얘기만 나오면 화살은 내각을 향한다.
# 그래서인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한 시선은 오히려 따뜻해졌다. 욕을 먹긴 했지만 대통령과 함께 앞장 서는 이가 강 장관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친박계 의원은 "내각에서 강 장관 외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 뿐 아니다. 그 강단을 더 강하게 한 '후광'이 있다. 여권과 관가에선 이를 '오너(owner) 장관'의 힘이라고 부른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덕에 일정 지분을 가진 장관과 그렇지 못한 장관간 차이를 빗댄 말이다.
# '오너 장관'을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하지만 일 하는 입장에선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장관이 좋은 방패가 돼 주니 편하다. 눈치 볼 필요도 없다. 흔들리지 않고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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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람에 공무원들의 '꿈'도 다소 변했다. 예전엔 '그냥' 장관이 꿈이었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운이 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능력으로 1급까지 가더라도 그 이상 오르려면 능력만 갖곤 안 되는게 관료 사회다.
하지만 이젠 '장관'을 넘어 '오너 장관'을 꿈꾼다. 기왕 장관을 할 거면 힘 없는 장관보다 힘 있는, 실세 장관이 더 낫다는 인식이다. 소신껏 일해 보고픈 관료라면 한번쯤 꾸어볼 만한 꿈이다.
# 대통령제에선 장관이 대통령을 대신해 행정을 집행한다. 이 시스템이 흔들리면 정책이 돌아가지 않는다. 지금이 그렇다. 장관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비판은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위임'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오너 장관'이 각광받는다는 것은 현 시스템의 오류를 방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일하는 내각을 만들기 위해 '코드 맞추기용 물갈이'를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인지는 의문이다. 근본적으로 '오너십'의 문제라기보다 시스템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국무위원들이 실수할까, 욕 먹을까, 찍힐까 몸을 사리는 것은 문제지만 이런 고민을 하게끔 하는 시스템은 더 문제다. 어쩌면 대통령의 리더십이 근본적인 원인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여기가 출발점이다.
'탕평 내각' 얘기가 나온다. 문제는 '탕평 내각'의 장관들이 '오너 장관'만큼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다음 정부 때 '오너 장관'을 꿈꾸며 당장의 '일'보다 '줄서기'에 더 관심을 두는 관료들이 마음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