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을 위한 변명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12.1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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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의 여의도 편지]

# 2004년 4월 총선 때 민주노동당이 얻은 의석은 10석이었다. 이후 선거법 위반으로 한 석이 줄면서 9명이 국회에서 활동했다.

이에 비해 18대 의석은 절반 수준이다. 대중적 관심은 의석수보다 더 줄었다. '터줏대감' 권영길 의원, '간달프' 강기갑 대표는 여전하지만 '심상정-노회찬'이 함께 할 때와 당연히 차이가 난다.



일각에선 '분열'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숫자 부족도 중요한 원인이다. 9명과 5명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우선 법안을 발의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17대 때는 법안 발의 요건(10명)을 채우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이번엔 머릿수를 채우느라 바쁘다.

#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상임위원회도 의석수만큼 줄었다. 숫자로 따지면 4곳이 줄었지만 실제론 그 이상이다. 민노당 의원들이 속한 상임위는 정무위(이정희), 교육과학기술위(권영길), 농림수산식품위(강기갑), 환경노동위(홍희덕), 보건복지가족위(곽정숙) 등 5개다.



노동, 농업, 복지 등 민노당의 핵심 분야는 그런대로 챙길 수 있다. 하지만 17대에 비하면 초라하다. 그중에서도 법안 심사의 최종 관문 법제사법위원회, 경제정책 전반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게 아프다.

분명한 색깔을 드러낼 전장을 잃었다는 이유에서다. 노회찬과 심상정이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각각 법사위와 재경위란 '링'을 가졌기 때문이었다는 점에서 더 안타깝다.

# 겉으론 보면 숫자 부족이 이유다. 이면엔 정파간 역학관계가 놓여 있다. 예컨대 기획재정위를 보자. 정원은 26명인데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 각각 15명, 8명, 1명씩 배치했다.


남은 자리는 2개. 민노당은 한 자리를 바랐다. 하지만 친박연대의 양정례 의원과 무소속 강운태 의원이 그 자리를 꿰찼다.

민노당을 제외한 제 정당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정부 여당은 '적(?)'이 한명 준 데 안도했다. 과거 심상정에게 데인 악몽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민노당이 없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야 제1 야당으로 여당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민노당을 향한 '견제'를 한 셈이다.

# 다른 시각도 있었다. "보수 성향의 친박연대, 중도성향의 무소속 등은 이미 비슷한 목소리가 있지만 색다른 민노당 목소리는 경제정책을 논의할 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한나라당 초선 의원도 비슷한 주장을 펴며 안타까워했다. 이는 정기국회와 임시국회를 거치며 현실화됐다. 한 의원은 "재정위에 민노당 의원이 있었다면 감세 법안의 상임위 처리가 진통을 겪긴 했겠지만 법사위 점거와 같은 물리적 행동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념과 철학이 다른 세력의 주장을 '반영'하진 못하더라도 '전달'할 창구는 두는 게 소모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렇다고 물리력을 동원, 법안 처리를 막는 민노당의 '무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생떼' '무법자' 등의 매서운 비판은 모두 민노당의 몫이다.

다만 이 '악순환'이 한번으로 끝날 구조가 아닌 게 답답하다. "재정위나 법사위에 민노당 의원을 한 명 둘 걸…"이란 여야 의원들의 우스개 소리가 재밌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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