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 빅3', 생명연장..칼은 오바마에게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2.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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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3월말 '생존여부'결정..노조 주주 등과 합의절차 필요

부시 행정부가 자동차산업 '빅3'의 생명을 연장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들의 파산이 미 경제에 가져올 충격을 감수하는 위험을 무릅쓰기에는 자동차 업체들의 덩치가 너무 컸다. 하지만 부시 정부가 이날 발표한 구제안 가운데 '확정'된 것은 134억달러의 단기 대출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 재무부가 밝힌 대출조건들은 현재로서는 구속력을 갖지 못한 것으로, 모두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졌다.
부시정부는 결국 '구제'가 아닌 '연명'을 통해 문제해결을 오바마 정부로 미룬 셈이다.

◇부시, 오바마에 '혼란' 대신 '부담' 인계



전반적으로 합의안은 자동차산업의 장기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보다 진전된 내용을 담았다는게 언론의 평가이다.
그러나 구제안은 단기 생명줄을 연장해놓은데 불구할뿐 장기적 생존 가능성에 대한 최종 판단과 조치는 오바마 행정부에게로 미뤄졌다.

미 정부는 파산보호를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보다 강력한 구제안을 당장 강제할수 있는 지렛대를 포기하고 '미국의 가장 중요한 산업'의 붕괴를 막는 길을 택했다.



지난 한달동안만 53만3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추가로 100만개의 일자리가 날아갈지 모르는 선택을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커다란 도박이었다.

크라이슬러는 매출악화로 인해 30개 모든 북미 생산라인을 한달간 가동중단상태에 들어간 상태이다. 포드 역시 10개 북미 조립공장에 대해 1주간 추가 가동중단을 계획하고 있으며, GM은 20개 공장의 가동을 임시중단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다음달 한달 내내 문을 닫을 계획이다.

오바마 당선인이 빅3 파산은 안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시 정부가 '덜커덕' 파산을 신청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에서 열린 미기업연구소(AEI)의 포럼에서 "버락 오바마 당선인에게 혼란을 넘기고 떠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빅3지원안은 그의 말대로 즉각적인 파산신청이 가져올 혼란을 넘겨주는 것은 피했지만 대신 구제 여부에 대한 최종판단 권한과 부담을 오바마 정부에 넘겼긴 셈이다.

◇ 당사자 일제 환영, 노조 "불공정 조항 추가" 불씨



오바마 당선인은 성명을 통해 "자동차 회사들이 이 중대한 산업과 수백만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유지시키기 위해 필요한 장기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며 부시 정부의 조치에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GM과 크라이슬러 역시 이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히 지금까지 크라이슬러에 추가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서버러스는 마지막 순간에 20억달러를 추가로 출자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부채비율을 추가로 낮추지 않으면 생존가능성이 없다는 재무부의 압박에 결국 자본을 확충하기로 한 것이다.



노조 역시 파산을 면하게 된데 환영을 표했다.
전미자동차 노조(UAW)는 파산을 면하기 위해 임금과 복지후생에서 많은 양보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UAW는 "합의안이 상원에서 부결된 구제입법에는 들어있지 않던 불공정한 조건들이 추가됐다"며 불만을 표명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항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한자락 깔아둔 것이다.

◇ 중요 결정 사항은 모두 오바마 취임 이후에

구제안은 '입법'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가 언제든지 변경할수 있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다시 말해 모든 책임과 권한은 오바마정부로 넘어간다는 의미이다.



지금까지 언론이 사용해왔던 '자동차 감독관(Car czar)'라는 표현은 쓰지않았지만 정부가 지명하는 감독관이 회생 과정을 감독하게 된다. 버락 오바마 당선인이 다음달 20일 취임하기 전까지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이 역할을 맡게 된다.

오바마 당선인측과 합의해 '자동차 감독관'을 지명하기로 했던 입장을 바꿔 아예 오바마 정부에 전권을 준것이다. 백악관측은 나아가 오바마 당선인이 특정인을 당장 감독관으로 추천할 경우 이를 받아들일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당선인측은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자동차 감독관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34억 달러의 단기 대출 이외에 내년 2월 추가로 40억 달러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TARP의 2차분 3500억달러 승인 여부에 달렸다.
폴슨 재무장관이 이날 3500억달러의 TARP승인을 요청했지만 의회가 오바마 정부 출범 이전에 이를 승인할지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재무부가 자금지원의 대가로 내걸은 조건도 대부분 당장 실행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자동차 업체와 전미 자동차 노조(UAW)는 노동조건 개정에 관한 계약서를 2월17일까지 제출할 계획이다.
또 GM과 크라이슬러는 최종적으로 내년 3월 31일까지 구조조정안을 통해 생존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 생존가능성 증명에 성공하지 못하면 자금을 회수 당하게 된다. '생존가능성'에 대한 판단은 역시 오바마 정부의 몫이다.

포드자동차에 대한 지원방안도 이번 구제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포드는 현재까지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혀왔다. 90억달러의 신용공여 한도를 요청해놓은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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