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베어마켓 랠리의 한계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8.12.1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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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탄력 둔화, 종목별 수익률 게임

"지금은 기관들도 개별 기업의 펀더멘탈을 분석해서 투자를 하는 게 아니다. 가격이 많이 떨어진 종목을 사고 많이 오르면 판다. 기관들의 매매 행태도 요새는 단타다."

최근 만난 한 펀드매니저의 말이다. '예측이 가능한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그때 그때의 상황변화에 대응하는 투자'를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기관이 11월 26일부터 12월 11일까지 주로 매수에 나섰던 금융과 운수장비, 건설 등은 12월 12일부터 18일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누적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의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지수 상승률과 업종별 상승률에는 큰 차이를 보인다. 굿모닝신한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의 상승률은 9.3%. 하지만 증권, 비금속, 운수장비, 건설, 기계업종 등 업종별 상승률 상위 5개 업종의 평균 상승률은 22.1%에 달하고 있다. 상위 10개 업종들의 평균 상승률도 17.8%로 코스피지수의 두 배에 이른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수익률 게임에 돌입하면서 개별 재료에 대한 반응도 크게 예민해지는 모습"이라며 "호재는 호재대로 수익률에 목마른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면서 주가상승폭을 크게 확대시키고 있고 반대로 악재는 악재대로 급격한 매물출회를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상황을 베어마켓 랠리 측면에서 설명하는 분석도 있다. 대신증권은 "유동성 장세는 상승 추세의 초기 국면에서 출연하고 베어마켓 랠리는 하락 추세 국면에서 일시적인 반등이라며 글로벌 경제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진행중인 주가 반등은 베어마켓 랠리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낙폭 과대주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시적 반등이라는 얘기다.

성진경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반등을 베어마켓 랠리로 본다면 주가 반등의 정도 보다는 투자심리의 변화, 즉 안도감이 불안심리로 바뀌면서 베어마켓 랠리는 마무리될 것"이라며 "내년 1월 중순 시작되는 어닝시즌이 중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말까지는 상승 쪽에 무게감이 놓이지만 베어마켓 랠리의 마무리를 염두에 둘 시점이 다가온다는 얘기다. 코스피가 나흘 연속 상승했지만 15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지지부진한 횡보세를 보이며 상승탄력은 둔화되고 있다.


최근 기관들의 투자 행태를 설명해 줬던 펀드메니저도 "연말까지는 그럭저럭 가겠지만 걱정은 내년 초"라며 "시장이 한번 더 무너지는 상황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증시는 18일(현지시간) 급락했다. 미 자동차 '빅3'에 대한 구제 여부 결정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합의파산 검토' 소식이 나왔고 제네럴 일렉트릭의 등급전망 하향, 국제 유가 폭락 등이 이유였다.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219.35포인트(2.49%), S&P500 지수는 19.14포인트(2.12%), 나스닥 지수 역시 26.94포인트(1.71%) 떨어졌다.



이달 들어 우리 증시와 뉴욕 증시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날이 많았기에 뉴욕 증시 상황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겠지만 코스피가 나흘 연속 상승한 피로감이 나타날 즈음이라는 점에서 좋지 않은 소식이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을 감안하더라도 추격 매수보다는 반등과정에서의 분할 차익실현을 통해 보유 종목을 압축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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