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널뛰기 끝에 소폭 하락했지만 원/엔 환율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100엔당 원화 환율은 한때 1611원까지 올랐다 상승폭을 일부 반납한 1575.84원을 기록했으나 이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연초 840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 들어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업체는 이익을 보는 반면, 원자재 및 소비재 등의 수입단가가 올라가 수입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화한다. 보다 큰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일본 금융기관에 갚아야할 채무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그러나 엔화 환율이 치솟으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엔화대출 평균 환율은 100엔당 850원이었다. 현재 1600원선에 육박하고 있어 1억엔(8억5000만원)을 빌린 경우 원화로 대출금이 16억원으로 불어나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엔화대출 금리도 상승하는 추세다.
기업 뿐 아니라 자영업자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치과병원에 한 때 엔화대출이 유행했는데,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자상환으로만 빚더미에 앉은 곳들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 부실은 결국 은행에 부메랑으로 돌아간다. 대출액이 2배나 늘어난 만큼 대출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부실자산이 늘어나는 만큼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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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뿐 아니라 자영업자나 개인 등 엔화 대출을 받았던 고객들이 심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며 "그나마 만기를 연장하거나 신규대출로 전환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나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선 엔화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경우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의 자금 압박이 더울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더구나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엔화가 주요국 통화에 강세를 띠고 있어 원/엔 환율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국 금융기관들이 낮은 금리의 엔화를 차입한 뒤 달러로 바꿔 운용해 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엔화를 서둘러 상환하기 시작했다"며 "달러를 다시 엔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엔화수요가 계속 늘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