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한성항공 나오나.."도매금 취급말라"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10.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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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장여건에 신규 진입자 계속, 치열한 생존전략..."버티기 싸움"

국내 첫 저가항공사인 한성항공이 경영난으로 18일부터 운행을 중단하자 저가항공 시장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저가항공사들은 전반적으로 적자누적과 낮은 탑승률에 시달려 온데다 전세계적 금융위기에 자금조달마저 여의치 않다. 더구나 경기침체와 환율상승으로 수익을 바라볼 수 있는 국제선 시장도 전망이 어두운 상태다.

더구나 항공 산업은 특성상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초기 투자비용과 지속적 자금수요가 많은데 지금과 같이 불안한 시장상황은 저가항공사들에게 극히 불리하다. 이런 가운데 추가로 시장에 뛰어들 저가항공사들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에선 제2, 제3의 한성항공이 나올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다.

◇항공사별 상황 달라..."누가 더 버틸 수 있나" =하지만 저가항공사들은 "회사별로 사정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관건은 사업 안정화 단계까지 적자누적을 버틸 수 있는 자금력이다.



현재 국내 저가항공사는 오는 27일 첫 취항을 앞두고 있는 에어부산을 포함 한성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영남에어 등 5개다. 이 중 한성항공과 영남에어는 모기업이 없다.

한성항공은 270억원대의 누적적자에 운행이 멈췄다. 영남에어는 한국공항공사에 2억원 남짓의 공항이용료를 연체했다.

영남에어 관계자는 17일 "솔직히 좋은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출범한지가 얼마 안 돼 누적적자가 심하지 않으며 빠르면 1~2주내 일본으로부터 대규모 투자유치가 가능하다"며 위기 돌파책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가 항공사업은 초기 적자를 감수하는 특수한 성장기가 필요한데 한국은 이 시기에 안 좋은 외부환경을 만나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모기업이 있는 항공사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애경그룹 계열의 제주항공 관계자는 "우리는 적자 계획을 연도별로 미리 세워놓고 자금흐름을 여기에 맞춘다"며 "결국 저가항공이 살아남는 방법은 수익이 나는 국제선 진출 때까지 견디는 일"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올 7월 저가항공 중 처음으로 일본 취항을 시작해 국제선 시대를 열었다.

대한항공의 진에어, 아시아나의 에어부산도 모기업의 투자력과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에어부산 측은 "아시아나와 코드셰어(항공사 간 제휴), 내년 일본을 시작으로 한 국제선 진출 추진 등을 바탕으로 출발이 다른 항공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저가항공 전반의 이미지 추락돼선 안 돼"= 이 같은 저가항공사들의 치열한 생존게임은 올 연말 이스타, 코스타항공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면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인천시도 싱가포르 국적 항공사 타이거항공과 함께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16일 인천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여야의원들이 '국부유출', '수익성' 문제를 들어 이를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 사업은 시장 여건이 좋을 때조차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간 체력을 잘 비축한 업체들만 이 어려운 시기를 겨우 버티고 그렇지 않으면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운항중단 사태로 저가항공 전반의 이미지가 추락할까봐 걱정"이라며 "저가항공 자체는 거대항공사가 담당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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