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공포'…세계증시 순차 폭격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8.10.0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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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의 확산과 경기침체의 심화로 비롯된 '월요일의 공포'가 아시아를 시작으로 유럽, 미국 등 세계 증시를 순차적으로 폭격하고 있다.

월요일(6일) 미국 증시는 급락 출발했다. 현지시간 오전10시6분 9981.39까지 밀리면서 1만선이 붕괴됐다. 오전10시37분에는 4%대로 낙폭이 확대되더니 9900선마저 내줬다. 나스닥지수 낙폭은 6%에 육박하고 S&P500지수도 5.68% 급락세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1993년 도입된 이래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장중 50까지 치솟으며 투자자들이 느끼는 공포가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고 수준임을 드러냈다. VIX지수의 급등은 투자자들이 향후 S&P500지수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미다.

◇남미는 더 심각…브라질 10%대 급락
미국 증시는 그나마 약과다. 브라질 증시는 개장과 동시에 거래가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개장 직후 4491.84p(10.09%) 급락한 4만25.48을 기록했고 곧바로 30분간 거래가 정지됐다. 원유, 철광석, 농산물 등 상품시장 강세에 힘입어 1분기까지만 해도 세계증시에서 최고 강세를 보였던 브라질 증시다.

브라질 증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미만으로 급락한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자원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우려로 베일, 페트로브라스 등이 급락하고 있다. 거래가 재개된 후에도 10%대 낙폭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가 5.54%, 칠레가 5.07% 하락하며 남미 증시가 일제히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캐나다 역시 7.22% 급락한 1만22.90을 기록하며 흔들리고 있다. 장중 1만선이 위협받으며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 낙폭 20% 육박…유럽 6%대↓
미국과 함께 선진국증시의 양대축인 유럽 증시도 말이 아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증시가 6% 안팎의 낙폭을 기록중이고 '자원부국'인 러시아의 낙폭은 무려 20%에 육박하고 있다.

영국 FTSE100지수는 299.44(6.01%) 하락한 4680.81을 기록중이다. 프랑스 CAC40지수는 6.49% 하락한 3815.77을, 독일 DAX30지수는 5.72% 내린 5465.31을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 증시는 개장 직후부터 급락하기 시작하더니 빠르게 낙폭을 확대하며 세 차례나 거래가 정지됐다. 그러나 거래정지 조치도 증시 하락을 막지 못했고 웬만한 증시의 연간 하락률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낙폭을 보이고 있다.

현지시간 오후6시 현재 러시아 RTS지수는 204.59p(19.10%) 하락한 866.39를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 증시가 포함된 MSCI 이머징 마켓 인덱스는 하루 낙폭이 무려 10%대로 확대됐다.

◇'그나마 양호한' 亞증시…내일이 더 두렵다
'월요일의 공포'를 가장 먼저 맛봤던 아시아 증시는 유럽, 남미에 비해 그나마 양호했던 셈이지만, 오히려 내일(7일)이 더 두렵다.

6일 한국 증시는 코스피지수가 4.28%, 코스닥지수 5.94%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할만큼 급등하자 증시급락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이같은 상황은 아시아 전역에서 비슷하게 벌어졌다.

대만 가권지수가 4.1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5.23%, 홍콩 항셍지수 4.97% 급락했다. 중국펀드의 최대 투자처인 홍콩H지수는 6.62%나 하락해 국내 투자자들의 펀드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10%대로 급락한 인도네시아 증시에 비하면 태국(-6.48%), 필리핀(-2.60%), 베트남(-4.08%)의 상황은 양호한 편이다.

인도 선섹스지수도 5.78% 급락했다. 중국, 인도 등 한때 이머징마켓을 주름잡던 맹주 '친디아'의 증시는 5%대 낙폭으로 주저앉았다.

일본은 닛케이225지수가 4.25% 하락하고 토픽스지수가 4.67% 하락하면서 1000선이 붕괴됐다. 달러 대비 유일한 강세를 보인 엔화를 제외하면 아시아 각국의 통화는 근 몇년래 최대 절하폭을 기록했다.

◇새로운 악재는 없다…핑계가 없다
금일 '월요일의 공포'는 1987년 '블랙먼데이'의 그림자를 잊게 할 만큼 위력적이다. 다만 새로운 악재는 없다. 단지 억지로 외면해왔던 우려들이 현실로 드러나고 더이상 본질적인 문제에서 다른 곳으로 눈돌릴 핑계가 사라졌을 뿐이다.

주말사이 미국의 금융위기 상황과 흡사한 유럽의 구제금융, 예금자보호 대책이 잇따라 쏟아졌다. '미국보다 유럽이 더 심각하다'는 우려와 경고는 이미 시장에 여러차례 전달됐다.

다만 시차를 두고 '서브프라임', '경기침체'(Recession), '디플레이션'(Deflation) 등 골목 어귀에 머물러있던 그림자들이 더 크고 진하게 다가왔다.

유럽의 지도자들이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만났다가 소득없이 헤어졌다는 소식도 미국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 법안이 하원에서 부결된 것처럼 일시적인 핑계거리에 불과할 수 있다. 공포의 실체는 알지만 이에 대처할만한 방법도, 기대할만한 호재도 없어 공포는 확산일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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