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모진 겨울이 끝나고 백야(白夜)의 아름다움이 펼쳐지는 러시아에서
가슴 저미는 3개의 너무 다른 죽음을 보았다.
하나의 죽음은 붉은 광장의 중앙에 자리 잡은 레닌의 죽음이고,
다른 하나의 죽음은 야스나야 뽈라냐의 조용한 숲 속에
따사롭고 고즈넉하게 쉬고 있는 톨스토이의 죽음이다.
하나의 죽음은
‘아름다운 광장’의 조화를 깨고
‘붉은 광장’으로 만들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안타까운 죽음이고,
다른 하나의 죽음은 비석도 없는 초라한 무덤이지만
삶의 마지막에서 버리고 무위(無爲)를 실천함으로써
소설보다 더 영원한 생명을 얻은 감동적인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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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정착하지 못하는(?) 레닌의 죽음
‘붉은 광장’의 러시아 말은 ‘끄라스나야(Krasnaya) 광장’이다. 끄라스나야는 ’붉다‘는 뜻과 ’아름답다‘는 뜻을 함께 갖고 있다. 원래는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뜻을 갖고 있었으며, 이곳에 붉은 곳은 거의 없다(레닌 묘는 붉은색이다). 레닌이 이곳에서 ‘붉은 군대’를 사열한 이후로 ‘붉은 광장’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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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과 무위, 그리고 사랑을 실천한 톨스토이의 죽음
이 시각 인기 뉴스
톨스토이는 불후의 명작인 “전쟁과 평화”(4만5000루블)와 “안나 카레니나”(5만5000루블)의 인세를 받지 않고 고통 겪는 농민들에게 쓰도록 해서 부인과 불화를 빚었다. 그는 13명의 자녀를 낳아 8명을 귀족학교를 보내지 못하고 손수 키우고 톨스토이의 집필을 돕기 위해 평생을 희생했던 부인과 자녀들(셋째 딸은 제외)과 사이가 벌어져 82세의 누구를 이끌고 가출한 뒤 객사(客死)하는 비극을 겪었지만 ‘자기 것’을 버리고 ‘농민’을 사랑하는 삶과 철학을 죽음으로 실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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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짓기 위해 목숨 잃은 10만여명의 농노의 죽음
쌍뜨 뻬쩨르부르그 이삭성당에 뿌려진 10만여 명의 농노 죽음이다.
‘주님을 모시는 성스러운 집을 짓는데 짐승을 쓸 수 없다’며
오로지 농노만의 힘으로 40년 동안
수십톤의 대리석을 옮기고 수은을 섞은 금박을 입히며 수많은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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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3개의 죽음을 보았다.
길고 모진 겨울이 끝나고 백야(白夜)의 아름다움이 펼쳐지는 러시아에서
본 가슴 저미는 3개의 죽음,
서로 다른 모습인 3개의 죽음이
가볍게 떼어놓은 삶의 발걸음을 무겁게 짓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