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섬기는 리더? 불도저 리더?

머니투데이 홍찬선 머투경제방송 부국장대우 2008.06.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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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칼럼]말과 행동 다르고, 국민과의 소통부족으로 신뢰 잃어

이 대통령, 섬기는 리더? 불도저 리더?


이명박 대통령이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다. 취임한 지 겨우 100일 남짓 지났음에도 지지도가 한자리수로 떨어졌다. 7개월 전 대선에서 580만표라는 엄청난 차이로 당선된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추락이다.

미국 산(産) 쇠고기의 재수입 문제로 불거진 촛불시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과 노점상연합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취임한 지 4개월도 안된 장관(내각)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모두 사표를 낸 뒤 후속 조치가 나오지 못하면서 국정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 대통령 말로는 '섬기는 리더', 행동으로는 '불도저 리더'

이 대통령이 지도력 위기에 빠진 것은 이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달라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된 뒤 일성으로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국민을 섬기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섬기는 지도력(Servant Leadership)’은 앞에 나서지 않은 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동방순례”에서 하인인 레오가 보여주는 지도력이 대표적이다. 레오가 있었을 때 그는 하인에 불과했지만, 그가 없어졌을 때 여행자들은 레오가 진정한 리더였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국민을 섬기겠다고 밝혔을 때 국민들은 레오와 같은 대통령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보여준 것은 레오와 다른 모습이었다. 보이지 않게 국민을 섬기며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국민 위에 서서 국민을 이끌고 가는 모습을 보였다. 의견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해보기나 했어~”라는 태도로 상대방을 포용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 현실에서는 강력한 추진력도 필요하다는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런 리더십은 1970~1980년대 몸에 뱄던 ‘불도저식 CEO 리더십’으로 비판받고 있다. 쇠고기 촛불시위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나타났듯 국민들의 생각을 진지하게 들으려는 노력하지 않고, 별거아닌 것으로 여겼다가 사후약방문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들이 ‘섬기는 리더십’을 얘기하는 이 대통령과 ‘불도저 리더십’을 보여주는 이 대통령의 이중성 앞에서 어리둥절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 소제(小題)를 초기에 매듭짓지 못하고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대제(大題)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섬김과 소통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시급

한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는 ‘지적 능력, 설득력, 육체적 내구력, 자기 제어 능력, 지속하는 의지’ 등을 갖춰야 한다고 한다. 미래를 앞서 내다보고 비전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소수를 설득하되 그 과정에서 얻는 이익을 골고루 나누어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고 냉정을 유지함으로써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절제를 발휘하고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더가 이런 5가지 능력을 모두 겸비하기는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도 로마의 케사르 등 일부만이 5가지를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균형 잡힌 리더가 된다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다.

이해관계자가 모두 제 몫을 찾겠다고 거리로 나서고 있는 지금, 이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참된 리더가 되기에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불도저’라는 말 대신 ‘컴도저’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처럼 정확하게 계산해서 불도저처럼 확실하게 추진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이 말로 하는 섬기는 리더와 행동으로 보이는 불도저 리더의 이중성을 줄이고, 컴도저로서 국민을 진정으로 섬기는 대통령으로 거듭나는 것이 실타래처럼 얽힌 현 상황을 해결하고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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