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칼럼]광우병 괴담과 조류독감

머니투데이 홍찬선 머투경제방송 부국장대우 2008.05.1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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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칼럼]광우병 괴담과 조류독감


2008년 4월과 5월, 한국은 심한 몸살을 앓았다. 미국 산(産) 쇠고기 재수입으로 불거진 '광우병 괴담'이 중·고등학생을 '청계천 촛불시위'로 불러내고, 온 국민이 한우마저 꺼리는 '쇠고기 파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우병 파동은 정부의 미숙한 대응, 즉 적용오류(Mal-adjustment)가 불러온 정재(政災)라고 할 수 있다. 광우병에 대한 불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발병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확률적으로 따지면 번개에 맞거나 죠스(식인상어)에 물리는 것보다 광우병에 걸리는 게 훨씬 어렵다고 한다.



◇광우병과 AI, 불안과 분노의 확산 메커니즘

국민건강과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AI(조류 인플루엔자)가 광우병보다 더 위험하고 치명적일 수 있다. 감염 원인과 경로가 알려지지 않은 채 AI는 아무런 대책없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감염지역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왜 AI에 대해선 무덤덤하고 광우병에 대해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AI는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쓰나미나 태풍, 그리고 지진처럼 오지 않기를 기도하지만 막상 닥치면 운명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체념하는 것이다.

반면 광우병은 정부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미국과 쇠고기 재수입협상을 타결짓고, 쇠고기 수입에 따르는 위험성에 대한 안전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쇠고기를 수입하도록 한 것은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을 바보로 알고 우습게 본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여기에 AI에 대해 이렇다할 대책이 없다는 절망과 몇 년 전부터 나타나고 있는 '감성적 반미감정'이 합쳐져 전국적 촛불시위로 폭발한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대응으로 국민의 분노 폭발


더욱이 정부의 안일하고도 한심한 사후 대응이 찻잔 속의 물결로 끝났을지 모르는 쇠고기 재수입 문제를 광우병 파동이란 쓰나미로 키웠다. 쇠고기 재수입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양보해야 할 사항이었으며, 광우병이 발병(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하면 수입을 중단하는 등의 대책을 세울 것이라는 자세히 설명했다면 국민들은 수긍했을 것이다. 또 광우병 문제가 불거진 뒤에라도 인터넷 사이트에서 댓글을 삭제하는 등의 멍청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강둑은 터지지 않았을 것이다.

광우병 파동은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한 직후 짧은 기간동안의 정보진공(Information Vacuum)상태에서 적적히 대응하지 못해 결국 망해버린 일본의 유키지루시(雪印)의 잘못을 되풀이한 것이다. 반면 존슨&존슨은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 터졌을 때 무조건 사과하고 책임을 모두 지겠다고 함으로써 신뢰성을 높이고 고객의 사랑을 받았다.

'보이지 않는 손' 때문에 광우병과 관련된 댓글이 삭제됐을 때 '노무현 정부는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과 싸웠는데 이명박 정부는 초중고(초-중-고등학생)와 싸운다'는 비아냥이 나돌았다. '인터넷 맹(盲)'이라 비판받아 마땅할 이명박 정부의 장관들이 광우병 파동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 무능력과 무책임을 바로잡아야 제2의 광우병 파동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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