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vs시민단체 "의료산업화냐 민영화냐"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8.06.1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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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보험 민영화' 논란서 '의료민영화'로 번져

"의료산업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민간의 역할이 커지는 모든 논의는 의료민영화다. 반대한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놓고 '의료민영화' 논쟁이 일고 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논란에 대해 정부가 기존 의료보험 체제 유지를 여러차례 확인한후 '의료보험 민영화'에서 '의료 민영화' 논란으로 확전되는 분위기다.

복지부가 국회 제출에 앞서 입법예고한 의료법일부개정안의 주요내용은 △건강보험 비급여비용에 대한 고지의무 △거동불편환자의 처방전 대리수령 허용 △외국환자 유치를 위한 유인알선행위 허용 △의료법인 간 합병제도 도입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규정 등이며, 이 중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유인알선허용, 합병제도 도입, 부대사업 범위 확대 등이다.



지난 2007년 국회에 제출됐던 의료법전부개정안에서 논란이 됐던 내용은 모두 제외됐다. 복지부는 논란이 적고 시급하게 필요한 내용만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실제로 민간보험사와 개별의료기관 간 비급여진료 가격계약 허용, 비전속진료 허용 등 전부개정안에서 물의를 빚었던 조항은 이번에 모두 빠졌다.

하지만 논란은 각 조항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아닌 의료산업화 자체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옮겨간 상황이다. 지난해 논의되던 수준보다 훨씬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의료 민영화'란 새로운 용어를 앞에 내세웠다. 시민단체는 지난 13일 '복지부 주장에 대한 건강연대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민영화'를 "민간중심의 시장친화적 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의료민영화=의료산업화=의료영리화=의료선진화'라는 논리를 폈다.

현 의료상황에서 산업화로의 한발짝의 진전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추진돼온 의료산업화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의료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제도개선은 '의료민영화'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의료민영화'라는 용어 자체가 억지라고 반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들은 의료민영화라고 하면 건강보험민영화, 즉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생각한다"며 "국민들이 생각하는 '민영화'와 시민단체에서 생각하는 '민영화'가 다름에도 불구 시민단체들이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단체들이 처음엔 '의료보험민영화'라고 주장하다 정부가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하니까 '보험'만 쏙 빼고 '의료민영화'라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민영화와 의료산업화를 같은 용어라고 정의와 관련해서도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산업화는 외국에 비해 취약한 보건의료서비스분야의 질적수준을 높이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지난 정부 때부터 추진해 온 것"이라며 "산업의 가치를 높이고 국가미래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연대 관계자는 "국가가 추구해왔던 공익적 역할을 민간영역에 맡기는 것 자체가 민영화"라며 "규제를 풀어 비영리의료법인들이 부대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민영화의 일종"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관 인프라 자체가 애초에 의사 등 민간의 투자로 형성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논란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비영리의료법인의 역할에 대해서도 시민단체와 정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비영리의료법인을 '영리를 추구하면 안 되는' 조직이 아니라 '영리를 추구해 돈을 많이 벌어 공익사업에 환원해야 하는' 조직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영리법인도 영리법인과 똑같이 돈을 벌어 수익을 내야 한다"며 "두 법인이 다른 점은 수익사업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벌어들인 수익을 어떻게 쓰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영리법인은 수익을 주주에게 배당하지만 비영리법인은 수익을 내부에 재투자하거나 공익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영리법인이 수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건강연대는 "비영리법인은 영리를 추구해선 안되는 조직"이라며 "운영이 힘들다면 정부가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풀어야지 의료이외의 다른 사업을 해서 수익을 보충하라는 방식으로 해법을 만드는 것은 문제"라고 반박했다.

예를들어 김포우리들병원이나 자생한방병원, 미즈메디병원 등은 영리를 추구하면 안되고 손실이 나면 이를 국가가 보전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는 이 같은 논란을 만나서 풀어보자며 시민단체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시민단체도 지난 13일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만간 열릴 정부 대 시민단체의 공개토론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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