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진압, 짓밟힌 촛불…"쓰러진 여성도 밟아"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06.0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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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1일 오전 촛불시위 강제진압


촛불시위가 피로 얼룩졌다.



31일 오후부터 1일 오전까지 밤새 이어진 촛불시위는 경찰의 강제진압과 연행으로 부상자가 속출했다. 촛불시위가 시작된 지난달 2일 이래 처음으로 살수차와 소화기도 사용됐다. 시위대는 아무런 '무기'가 없었다.

31일 저녁 시청 앞 광장 문화제와 행진을 마친 시위대는 밤 10시30분쯤부터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인 삼청동쪽과 효자로 방면 두 곳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각각 5000명과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자리를 지켰다.



경찰은 거듭된 경고에도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자 살수차에서 물대포를 뿜어냈고 몸싸움도 벌어졌다. 부상한 시위대들이 속속 실려 나왔다. 삼청동 길목에서 한 10대 여학생은 몸싸움 과정에서 짓눌려 '부정맥' 증상으로 한때 심각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1일 오전 4시30분 효자로 방면에서 본격적인 진압이 시작됐다. 오전 6시 이곳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시위대 대열이 급속히 무너졌고 삼청동 방면에서도 동시에 경찰이 밀고 들어왔다. 밤을 샌 시위대 5000여 명은 인사동쪽으로 밀렸고 이 과정에서 부상자와 연행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진압용 방패를 마구 휘둘렀고 시위대는 물론 취재진과 길 가던 시민들까지 폭행을 당했다.
↑김선미씨의 피가 묻은 방수포와 붕대↑김선미씨의 피가 묻은 방수포와 붕대


대학생 김선미(25)씨는 경찰 방패에 찍혀 머리에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 목격자들은 "쓰러진 여성과 이를 지키려던 남성 3명을 경찰이 발로 짓밟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부 시위대는 세종로 방면으로 쫓겨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향한 가운데 남은 시위대는 인사동 부근에서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해산하거나 서울광장으로 돌아갈 것을 종용했고 시위대는 내부 논의 속에 대치상태를 유지했다. 오전 7시 40분쯤 경찰은 강제연행과 진압에 또 나섰고 시위대 2000여 명은 10여 분 만에 안국역까지 밀리면서 뿔뿔이 흩어졌다.

수 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한 시민은 경찰을 말리려다 3~4명의 전경에게 둘러싸여 주먹과 발로 구타당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해산한 후에도 안국역과 청계천 광교 인근에서 인도로 걸어가던 시민들을 방패로 찍고 강제연행 했다.

전날을 포함 이날 촛불시위로 220여 명이 연행됐다. 지난 28일 새벽 시위에서 113명이 연행된 이후 최대 규모다.

앞서 1700여 개 시민단체 및 인터넷카페 등으로 구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모인 시민 4만여 명은 전날 저녁 7시부터 서울광장에 모여 1시간40여분 동안 24번째 '촛불문화제'를 가졌다.

한편 이날 새벽 한나라당 홈페이지가 해킹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홈페이지 첫화면에 '명바기는 우리가 앞장서서 지키겠'읍'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고양이 사진이 걸려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 해킹으로 보인다. 경찰은 촛불시위 참가자들을 진압하던 시점과 비슷한 시각에 사건이 일어난 점으로 볼 때 경찰의 강제해산에 반대하는 해커의 소행으로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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