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미국산 쇠고기, 어디로?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08.05.0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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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0여톤 1차 물량 어디로..도매상 거쳐 식당, 정육점 등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거센 사회적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검역 재개를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식탁위에 가장 먼저 오를 1차 수입 물량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타결된 한미 협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는 오는 15일 확정고시될 예정이다.



당장 시중에 유통될 물량은 지난해 10월 검역 중단으로 국내 검역 창고와 컨테이너야드에 쌓여있는 5300여톤.

이 물량은 기존 '30개월 미만, 살코기만'이라는 위생조건에 따른 것으로 지난해 대형마트에서 판매를 재개한 물량과 동일한 조건의 뼈없는 쇠고기다.



지난해 이미 시중 유통된 쇠고기와 동일한 물량인 만큼 안전성 논란은 크지 않지만 현재 들끓는 비난 여론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유통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대형마트는 가뜩이나 재래시장 몰락의 주범으로 몰리며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때 선뜻 '빗속'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호주산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형마트가 두손을 놓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육류 수입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대놓고 본심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판매 준비를 하고 있다"며 "다만 전점 판매냐 서울 근교 점포로 국한할 것이냐 등 세부안을 놓고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한국행 수출 검역까지 마쳤으나 검역, 선적 중단으로 미국내에서 대기하고 있는 7000여톤은 이미 대만 등으로 판매가 됐을 것"이라며 "미국 회사들이 그냥 재고로 쌓아놓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리스크를 안고 정면돌파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 중간 도매상을 거쳐 정육점, 식당 등으로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에서 지난해 7월 수입재개로 지금까지 판매한 물량은 1000톤 가량에 그친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물량은 2만톤 이상으로 수입 물량의 대부분은 식당, 정육점 등 소매점을 통해 유통됐다는 말이다. 정부가 원산지 표시를 확대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대형마트 3사는 아직도 냉동 물량을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수입 재개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미국산 쇠고기 전문점에서도 여전히 판매중이다.



당장 미국산 쇠고기 전문 프랜차이즈 등 외식업체는 미국산 쇠고기 기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산 쇠고기 전문 프랜차이즈 오래드림 관계자는 "지금도 미국산 쇠고기를 팔고 있다"며 최근 소비자 반응에 대해서는 "요즘 쇠고기 문제로 시끄럽잖아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수입 업체는 일단 관망하는 입장이다. 2003년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전면 금지되면서 대체재로 호주산 쇠고기를 확보한 만큼 당장은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 개방이 지연되면 호주산 고기 가격도 그만큼 유지된다는 점도 수입업체가 이번 사태를 관망할 수 있는 이유다.



육류 수입업체 관계자는 "호주산 가격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산은 상황에 따라 움직이면 되는 만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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