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오늘 2차연장, 삼성 시련의 끝은 어디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8.04.0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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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의 끝이 삼성 시련의 끝이 아니다."

지난 1월 10일 조준웅 삼성특검이 8일로 출범 90일을 맞는다. 특검이 수사기한을 한차례 연장해 2차 수사를 마무리짓는 시점이다. 지난해 10월 29일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법무팀장)의 폭로 때로 거슬러올라가면 163일째 계속되는 공방이다. 특검이 재차 추가 연장을 하더라도 최대 연장 가능시한인 15일간을 채우지 않고 오는 18일이나 21일경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내에서는 특검의 끝이 '삼성 시련의 끝'이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특검이 끝나더라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측'의 공세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 법정으로 이어지는 법리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기업 삼성의 발걸음이 끝없이 무거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90일간의 특검은 일단락됐지만...=1월10일 특검 출범 이후 이건희 삼성회장과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 이 회장 일가와 이학수 삼성전략기획실장과 김인주 사장 등 삼성 핵심 인사들 수십명이 검찰의 포토라인에 섰다.

이학수 실장은 7일에도 소환되면서 특검 출범이후 한달에 두번꼴로 여섯차례나 소환됐다. 이건희 회장의 자택 및 승지원, 삼성본관,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화재 등 그룹 핵심 계열사 및 임원들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특검 90일을 보냈다. 삼성 그룹 창립 이래 최대의 시련기를 맞았다.



특검의 강도높은 수사로 삼성은 살아있는 생명체로의 기업 활동은 거의 모두 중단한 채 사실상 '숨만 쉬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올 한해 투자계획은 미뤄졌고, 인사도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몇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입사원 채용도 그 규모를 확정짓지 못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국제경쟁을 펼쳐야 할 CEO들은 한남동 특검 사무실의 문턱이 닳도록 소환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등기업 삼성맨의 상처=지난 금요일 이건희 회장의 소환을 지켜보던 삼성 직원들의 상실감은 상당했다. 특히 '범죄집단'으로 인식된다는 질문에 삼성 직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삼성이 범죄집단으로 불린다면, 그 소속원들은 '범죄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얘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삼성맨'으로서의 자부심은 깡그러무너지고 가족들의 얼굴을 볼 낯이 없다는 직원들이 상당수다.

삼성 계열사의 한 외신 담당은 이 회장 소환장면을 TV로 보면서 낯익은 얼굴들이 많은 데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평소 특검에 얼굴을 비치지 않던 외신기자들의 상당수가 이 회장의 뒤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의 외신기자들은 삼성이 '범죄집단'으로 불리는 모습을 그대로 해외로 타전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었다. 이같은 삼성의 시련은 특검이 끝났다고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를 보는 외국인들의 눈에는 삼성이 그렇게(범죄집단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특검 90일 그 이후=삼성 그룹 내에서는 특검의 끝이 삼성의 시련의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그동안 삼성에 공세를 취해왔던 측에서 이미 특검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면죄부 수사'라고 하거나, 특검을 '삼성 특별변호사'라고 비아냥거리면서 김성호 국정원장과 임채진 검찰총장을 뇌물수수혐의로 검찰에 추가 고발해 특검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물밑 움직임이 있다는 얘기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상 유례없는 개별기업에 대한 90일간의 특검수사 이후에도 또 다시 삼성의 시련이 이어질 경우 삼성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재계의 분위기다. 이는 한국경제에도 악재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삼성은 특검이 끝난 후 오는 7월경 사장단 인사 등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특검 이후에도 삼성의 발목이 비자금 의혹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삼성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재계를 짓누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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