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학벌' 나눠담은 '60대 내각'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2.14 15:30
글자크기
이명박 정부의 조각에는 지역·학벌 안배가 중심에 놓였다. 능력을 최우선시한 청와대 수석 인사 때와는 달랐다.

내각에 대해서는 능력보다 지역과 학벌의 '기계적 균형'을 추구했다는 평가다. 도덕성 검증도 꽤나 까다로웠다. 이런 과정에서 5000여명의 인물들이 입각과 탈락 사이를 오갔다. '젊은 피' 중심의 청와대 수석진과 달리 60대가 주류라는 것도 이번 조각의 특징이다.

◆충청·호남, 연대·이대 포함 = 이 당선인 측은 그동안 수차례 "조각 때는 국민화합형 인사를 단행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청와대 수석 인사를 놓고 '실용'을 가장한 '편중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터여서 더욱 그랬다. 청와대 수석 인사 때는 8명(대변인 포함) 가운데 6명이 서울대 또는 고려대 출신이었다. 나머지 2명은 하버드대와 숙명여대였다. 지역별로는 영남 출신이 주류였고, 충청 호남 강원 출신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유력한 조각 후보들을 보면 '비 서울대·고려대'가 대거 포함돼 있다. 여전히 서울대와 고려대가 각각 6명, 3명으로 가장 많지만 연세대, 이화여대 출신들도 있다. 지식경제부 장관에 내정된 이윤호(60)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연세대), 국방부장관의 이상희(63) 전 합참의장(육사), 문화부장관 유인촌(57) 중앙대 교수(중앙대), 환경부 장관 박은경(62) YWCA연합회 회장(이화여대), 특임장관 남주홍(55) 경기대 교수(건국대) 등이 그예다.

지역 안배도 고려한 흔적이 짙다. 청와대 수석진과 마찬가지로 영남 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지만, 충청 호남 출신도 적지 않다. 모부처 장관의 경우 당초 영남 출신 인사가 1순위로 고려됐으나 지역 안배 차원에서 충청 출신 인사를 대신 쓰기도 했다.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유력한 정종환(60)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과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인 이 부회장이 충청 출신이다. 농수산식품부 장관에 유력한 정운천(54) 한국농업CEO연합회장, 특임장관 후보 남주홍 교수는 호남 출신이다. 강원도 출신으로는 국방부 장관의 이상희 전 의장이 있다.

여성 몫으로는 환경부장관을 처음부터 여성을 뽑기로 정하고, 박은경 회장을 낙점했다.

◆음주운주 경력으로 고배 = 내각에 대한 까다로운 도덕성 검증은 참여정부 때와 마찬가지였다. 1순위로 거론되던 인사가 음주운전 경력으로 탈락한 사례도 있었다. 유력 후보가 재산 공개를 우려해 자리를 고사한 경우도 있었다.


이 당선인의 인선팀은 조각 후보군 친인척의 과거 부동산 거래내역까지 확인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을 고려해서다. 본인과 자녀의 병역기피 의혹도 확인 대상이었다. 국세청,경찰청,금융감독원 직원들이 대거 동원됐다.

유력 후보군들이 도덕성 검증에서 낙마하면서 불가피하게 함량이 부족한 인사가 낙점된 경우도 없지 않았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 당선인은 "일만 잘하면 되지, 무슨 기준이 이렇게 까다롭나"며 불만을 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60대 장관이 주류= 40·50대가 주류였던 청와대 수석 진용과 달리 유력한 내각 후보들은 60대가 대부분이다. 거론되는 인물들만 봐도 14명 가운데 10명이 60대다. 평균 연령은 60∼61세 정도. 여기에 이 당선인이 67세,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가 72세임을 고려하면 국무위원 평균 연령은 더 높아진다. '60대 내각'으로 불릴 만 하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열정'보다는 '경륜'을 중시했다는 평가다. 이 당선인은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 발표 때 "내각에 비해 비교적 젊은 층을 선택했다"고 말해 내각을 고연령층 중심으로 구성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60대 중심의 내각으로 추진력 있는 국정운영이 가능하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전임 장관은 "연부역강(年富力强)한 젊은 사람들이 장관을 맡고,원로들은 고문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원로들이 주도하면 국정이 안정될지는 몰라도 활력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