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장 의무생산, 中小제약사 '냉가슴'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8.02.1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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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관계없이 소포장 10%생산 규정…"재고 쌓인다" 불만

지난 2006년 하반기부터 의약품 생산량 10%를 의무적으로 소규모 포장을 하도록 한 ‘의약품 소포장 제도’에 대해 제약업계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제조원가가 상승하고 재고가 쌓이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한국제약협회가 제약사 중 소포장 생산을 보고한 125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27일부터 올해 1월16일까지 생산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제약업체 소포장 의무생산 이행비율이 93.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대상 4476개 소포장 품목 중 50% 이상 재고로 남은 품목이 2390품목에 달했다. 특히 100% 모두 재고로 남은 품목수가 567개, 100% 이하 75% 이상 재고로 남은 품목수가 1288개, 75% 이하 50% 이상 재고로 남은 품목수가 535개로 조사됐다.

제약사들은 이같은 소포장 제도가 생산원가는 크게 늘리는 반면 정작 약은 외면 받아 창고에 재고로 쌓이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소포장으로 생산을 할 경우 대형포장을 하는 것에 비해 두배 이상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제약사가 포장규모에 따른 원가비교를 실시한 결과, 같은 양의 의약품을 소포장으로 할 경우, 원가가 250%정도 늘어났다. 소규모로 포장을 할 경우 대형 포장에 비해 포장재료비, 인건비 등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소형 제약사 한 관계자는 “소포장 생산분의 경우 원가가 급등해 손실을 보지 않는 수준에서 만족하고 있다”며 “여기에 물류·저장 비용도 더 드는 만큼 실제 제약사의 부담은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규모로 포장된 의약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수요는 생각하지 않고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제한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약국은 재고량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포장에 대한 수요가 많은 의약품은 제때 공급받지 못하고, 수요가 적은 의약품은 제약사들이 전체 생산량의 10%를 의무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함에 따라 재고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부 업체의 경우 규정준수를 위해 연초 또는 연말에 소규모 포장 제품을 한꺼번에 생산하는 경향이 있어 일부 소형 약국의 경우 소포장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소형 약국의 한 약사는 “일부 약품의 경우 소규모포장에 대한 수요가 있지만 연중에는 공급자체가 되지 않고 있다”며 “도매상에 전화해도 수급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만 들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따라 소포장제도 의무화규정을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제약협회 한 관계자는 “소포장제도를 강제로 운영함에 따라 일부 중소형제약사는 마진이 낮은 제품의 생산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며 “의약품이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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