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대운하 특수' 기대반 우려반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2008.01.1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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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최대 공약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가 부동산시장을 긴 겨울잠에서 깨우고 있다.

대선이 끝나기도 전부터 대운하가 통과하게 될 주요지역에 외지인들이 몰리며 '땅사재기'가 성행하는 등 투기조짐이 일고 있다. 특히 이들 외지인 중에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의 원정대가 대거 지방 현지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시장 '대운하 특수' 기대반 우려반


◆수혜지역은 어디=이 당선자의 핵심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는 경인운하, 경부운하, 호남운하, 충청운하는 물론 북한내 운하까지도 연결하는 총 연장 3100㎞에 달하는 거대한 국토사업이다.



계획상 경부운하(파주~여주~충주~문경~구미~대구~밀양), 충청운하(충주~공주~부여~군산), 호남운하(광주광역시~목포)는 각각 2009년 착공해 이 당선인의 임기내인 2011년 완공할 방침이다.

한반도 대운하는 산업벨트 집적화와 관광자원 개발, 지역경제 부양, 국토균형개발 등 파급효과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경부고속도로와 KTX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국토계획을 바꾸는 사업으로 이 당선자측은 물류혁명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아직 불확실한 경제성이나 현실성 여부를 떠나 실행에 옮겨질 경우 국토에 주는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국내 투자지도를 확 바꿀 수 있을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목할 곳으로 운하 통과로 인해 여객ㆍ화물터미널이 생기는 항구도시가 꼽힌다. 내륙도시에 항구가 들어선다면 물류수송은 물론 산업단지나 관광시설 접근성과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도로 등 기반시설이 대폭 확충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검토된 곳은 경기 여주를 비롯해 충주, 구미, 대구, 문경, 상주, 밀양, 광주, 나주 등이다. 이 가운데 개발 효과와 인구 흡인력이 높고 산업시설 투자에 따른 자금유입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파주, 여주, 이천 등 수도권과 관광레저지구로 개발될 조령터널 부근의 충주와 문경, 신산업 물류기지로 거듭날 상주와 나주 등은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주, 이천의 경우 접근성뿐 아니라 제2영동고속도로와 성남~여주간 경전철이 예정돼 있어 물류거점 도시로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정보기술(IT)ㆍ바이오(BT)ㆍ나노(NT) 등 첨단기술 분야와 관련된 지식형 기업도시로 육성될 충주 역시 대규모 수변 위락시설과 운하 주변 풍경을 이용한 전원주택, 타운하우스 등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벌써부터 땅사재기 등 투기조짐=한반도 대운하 통과지역마다 벌써부터 투기바람이 일고 있다. 특히 대운하 건설 프로젝트가 실제 추진될 경우 막대한 토지보상금까지 풀려 인근지역 땅값마저도 폭등할 것이란 소문이 흘러나오면서 선취매에 나서는 움직임이 크게 늘고 있다.



실제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경부운하가 통과하는 주요지역의 경우 외지인 토지매입비율이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낙동갑문에서 출발하는 경부운하가 조령산맥을 넘어 남한강 줄기와 만나게 되는 충북 충주의 경우 외지인 토지매입비율은 지난해 10월 48.6%에서 11월 59.3%로 한 달새 10.7%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인 33.6%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앞서 지난 2003년 39.0%였던 충주 토지의 외지인 매입비율이 2004년 36.3%, 2006년 20.6% 등으로 줄어왔음을 감안하면 이 당선자의 대운하 프로젝트 공약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역시 경부운하가 통과하는 경북 상주도 이 기간동안 외지인 토지매입비율이 43.8%에서 48.6%로, 4.8%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10월 36.1%였던 경남 밀양의 외지인 토지매입비율은 3.6%포인트 증가한 39.7%를 기록했다.

수도권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여주의 경우 지난해 11월 외지인 토지매입비율이 48.3%로 한 달전의 36.7%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인접지인 이천은 같은 기간 34.6%에서 52.0%로, 17.4%나 폭증했다.

이들 외지인 토지매입자의 80% 이상이 서울 거주자들로 본격적인 땅사재기가 시작됐음을 알려준다.



◆대운하 예정지 인근 분양 봇물=대운하와 연계된 각 지역 신규분양아파트도 관심거리다. 대운하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대규모 개발과 함께 중장기적으론 교통 등 각종 인프라가 구축되는 등 생활여건이 크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부운하 등 3개 운하 예정지 인근에서 올해 선보일 신규단지는 약 80여곳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40여개단지 2만2000여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광주에 26개 단지가 계획돼 있으며 구미와 상주, 나주 등에서도 신규물량이 연내 공급될 예정이다.

대구에서는 포스코건설이 동구 봉무동에서 99~198㎡(29~59평형) 3600가구를 계획하고 있다. 롯데건설도 오는 5월쯤 서구 평리동에서 69~171㎡(20~51평형) 1035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광주에선 GS건설이 올 상반기 중 광주테크노파크, 본촌산업단지 등과 인접한 북구 신용동에서 1140가구를 분양할 방침이다. 현진은 수완지구에서 총 1061가구의 분양을 실시할 계획이다.

고려개발은 하반기에 구미시 봉곡동에서 112~195㎡(33~58평형) 1067가구를 선보인다. 나주에서는 대방건설이 대호지구에 37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기대감에 취한 섣부른 투자는 금물=대통령 인수위측의 행보를 감안할 때 '한반도 대운하'가 실제 실행될 가능성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개발계획이 없는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과 같은 사전에 투기억제조치가 취해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성급한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



대운하를 비롯한 각종 부동산 관련 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하지만 이 경우 또다시 시장에 투기 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지적이 많다는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 당선자도 누차 "부동산값 상승은 없다"고 공언할 정도로 대운하 프로젝트의 추진 당위성과 상관없이 투기 조짐이 보일 경우 관련 차단 조치를 취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이 확정된 후 지나친 단기 시세차익에 기대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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