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2007-①]끝나지 않은 서브프라임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12.1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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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불감증에서 파생, 글로벌 위기로 일파만파

2007년을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신용경색으로 일파만파 퍼지며 글로벌 증시는 물론 실물 경제에도 치명타를 날렸다.

결과로 모기지 대출을 빌려줬던 모기지 회사들이 파산한 것은 물론 고수익을 좇아 모기지 증권 투자에 나섰던 은행들과 헤지펀드 등 금융기관들도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2007년을 강타한 서브프라임2007년을 강타한 서브프라임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의 손실이 증가하면서 채권 시장이 제 기능을 상실하면서 덩달아 일반 기업들의 자금줄도 막히고 이는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면서 8월 초까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며 호조를 기록하던 세계 증시는 동반 폭락세로 반전했다.

결국 메릴린치, 씨티그룹 등 대형 금융기관들은 모기지 관련 100억달러에 가까운 자산 상각을 발표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자산 상각액만 800억달러에 달할 정도였다. 이에 따라 찰스 프린스와 스탠리 오닐 등 미국 금융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와 고위 경영진들이 줄줄이 낙마하기도 했다.



◇ 서민 대출 서브프라임 과열이 부실 심화 원인

모기지 부실 징후는 지난해 말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고금리로 주택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과거 1990년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를 위해 융자 관련 규정을 완화하면서 생겨났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니 만큼 부실 위험도 높았다.

하지만 집값이 계속해서 오르기만 하면 언제든 집을 팔아 빚을 갚을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특히 2000년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저금리 현상이 나타났고, 너도 나도 주택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덩달아 주택 가격도 고공비행을 시작했고, 사람들도 주택 매입에 열을 올렸다. 주택 경기 과열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프라임이나 알트에이(Alt-A), 기업대출 등 여타 대출에 비해 금리 수준이 높다 보니 금융기관들이 너도 나도 서브프라임 대출 쪽으로 몰리면서 문제를 키웠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00억달러에 달했으며, 미국 전체 모기지 시장의 15% 가량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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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모기지 업체들과 금융기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기초로 부채담보부증권(CDS) 등 모기지 연계 증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 증권은 헤지펀드를 비롯한 대형 금융 기관들이 집중 매입했다.

모기지 증권은 높은 금리를 제공했기 때문에 이들 금융기관으로써는 쉽게 수익을 올리는 지름길이었던 셈이다.

무디스, 스탠더드앤푸어스(S&P),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들도 모기지 증권의 위험에 대한 별다른 평가 없이 이러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에 최고 등급을 부여하기에 바빴다.

◇ 저금리 시대 종료와 집값 하락으로 위기 시작

그러나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고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집값이 하락하고 금리 부담이 늘어나면서 우선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빌린 서브프라임 모기지부터 부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영향은 중간 정도의 신용도를 가진 알트 에이에 이어 프라임 모기지 대출로도 확산됐다.

서브프라임 위기 확산 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주택 가격 하락→서브프라임 모기지 부도 증가→모기지 업체 부실 심화→모기지 증권 손실→금융권 손실→신용경색→실물경제 전이' 등 도미노로 이어졌다.

그리고 신용경색 확대로 대출이 어려워 지면서 기업들의 투자가 축소되고 있고 가계 소비에도 줄어들면서 미국 경기 둔화 우려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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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경색 확산으로 글로벌 증시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택 가격 하락이 금융부문 부실에 이어 미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이는 또 다시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가 종료되고,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이 이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이 영향으로 4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회사인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위기는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 서브프라임 위기는 진행형

6월말에는 월가 대형은행인 베어스턴스가 운영하는 2개 헤지펀드가 손실을 입고 파산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골드만삭스의 헤지펀드인 글로벌 알파 펀드는 지난 8월 사상 최고 손실을 기록했다고 고해했다.

또 프랑스 대표 은행인 BNP파리바가 지난 8월 자사가 운용하는 3개펀드에 대한 환매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서브프라임 위기가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으로까지 확산됐다는 우려를 낳으며 국제 금융시장은 급격한 신용경색에 빠졌다.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신용경색에 따른 경기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9월이후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p 인하했고, 영란은행과 캐나다 중앙은행을 비롯한 전세계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하 대열에 가세했다.

서브프라임 위기는 지금도 끝나지 않은 진행형이다. 미국 정부가 내년도 금리가 조정되는 변동금리 모기지(ARM) 금리 동결안을 내놓았고, 연준이 유동성 공급 확대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서브프라임 부도율은 치솟고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지금껏 고백한 손실도 800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은행들의 전체 손실 규모가 30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은행들의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내년 2~3월까지 서브프라임 문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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