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비급여, '이름모를 비급여' 양산?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7.12.1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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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면 환자들에게 돈 받아라"

보건복지부가 11일 발표한 임의비급여 개선대책이 '이름모를 비급여'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또 한번의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극심한 정보비대칭으로 환자는 의사의 결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허가범위를 초과한 약제나 규정에 없는 약제의 경우 '의학적 근거'가 있다면 비급여로 환자에게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임의비급여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급여든 비급여든 규정되지 않았던 항목의 경우 진료 및 처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다. 허가범위를 초과한 경우에는 소견서 등 근거자료가 충분할 경우에 한해 인정해주고 있다.



이번에 마련된 대책에서는 규정을 초과하거나 규정에 없는 약제를 사용해야 할 경우 1차적으로 각 병원에서 조직한 윤리위원회가 의학적근거 여부를 사전에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윤리위원회의 심사에 통과해 임의비급여로 청구한 항목의 경우 10일 이내에 심평원에 사용내역을 통보하며, 심평원은 계속 사용여부를 사후에 승인한다. 승인된 항목의 경우 심평원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현황을 모니터링하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급여대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 대책의 골자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팀 관계자는 "희귀난치성질환이나 암 등 중증질환의 경우 새로운 치료법이나 약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그 흐름에 규정이 일일히 따라가기 힘든것이 현실"이라고 대책을 발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나 환우회 측은 앞에서 언급한 '의학적근거'의 모호성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새로운 치료법이나 약제가 모두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환자들의 피해만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병원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윤리위원회가 독립적인 기구로서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은 "병원의 권유로 임의비급여에 해당하는 진료를 받았는데 나중에 심평원 사후승인 과정에서 '불가'판정이 나온다면 환자는 어디서 피해를 보상받아야 하나"라며 "윤리위원회 열어서 심사할 시간에 심평원의 사전승인을 받는게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효과나 부작용이 검증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환자는 검증안된 치료를 받고 진료비까지 지불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허가범위를 초과한 사항들의 경우 당초 불법이었던 것들이 합법적인 것으로 둔갑해 양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환우회측은 "지금도 규정이 있는 항목은 허가범위를 초과하더라도 임상적소견서나 근거자료를 제출하면 급여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케하는 것은 합법적으로 임의비급여를 양산하는 길을 터주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사전에 환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건강보험에서 모든 부분을 다 보장할 수 없는 만큼 보편성을 벗어난 진료는 환자가 판단해 받을 수 있도록 객관적인 지침을 만들자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 대책안은 남용 및 오용될 우려가 있는 만큼 학회들이 나서서 임의비급여를 꼭 해야하는 사항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며 "무엇이 환자를 위한 최상의 선택인지 사전에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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