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선택' 특진의사 줄인다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7.12.1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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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80%→임상의사 80%로…비선택진료의사도 꼭 둬야

'무늬만 선택'이라는 불만을 사고 있는 선택진료제(특진비)에 메스가 가해진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선택진료제도가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여론을 수렴해 선택진료의사 범위를 재직의사의 80%에서 임상의사의 80%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선안을 11일 발표했다.

복지부의 제도개선안은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제도의 실효성 담보에 필요한 벌칙규정 마련을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 절차가 필요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병원협회는 수익축소와 환자들의 의사선택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며 제도 개선안에 반대하고 있다.

비선택진료 의사 확대=복지부가 발표한 제도개선안의 핵심은 선택진료의사 범위를 실제 진료를 하고 있는 의사의 80%로 축소한 것이다.



현재는 연구나 예방의학 등을 전공하는 기초의사와 1년 이상 장기유학 중인 의사가 모두 선택진료의사 범위에 포함돼 대형병원의 경우는 사실상 거의 모든 의사가 선택진료의사 자격이 주어졌다.

예컨대, 비선택진료의사가 78명이 있는 A병원의 경우 현재는 대부분 기초의사나 장기유학 중인 의사로 환자 선택권이 사실상 없었지만 제도가 개선되면 실제 진료가 가능한 비선택진료의사가 47명이 증원된다. 그만큼 선택진료를 원하지 않는 환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게 된다.

복지부는 아울러 선택진료 신청서를 작성하면 환자의 추가 동의 없이 모든 진료행위에 대해 선택진료비를 청구해온 관행도 개선키로 했다.


이를 위해 영상의학과와 마취과 등 진료지원과목에 대해서도 환자들이 비선택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선택진료시에도 복수로 2~3명의 의사를 선택진료의사로 제시해야 한다.

복지부는 선택진료제도에 대한 효율적인 통제기능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선택진료 관련 정보를 관리토록 했다.



대형병원 중심 반발=현재 병원급 이상 선택진료 대상 의료기관 1329개 중 15.7%인 209개소에서 선택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대학병원 등 종합전문병원은 42개소 100%에서, 종합병원급에서는 32.5%가 선택진료를 채택 중이다. 병원급은 7.5%, 한방병원은 8.3%, 치과병원은 14.8%로 선택진료 채택 비율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선택진료 제도 개선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도 거세다.



병원협회는 △3차병원 환자 집중 억제 축소 △유명 의사 집중 현상 심화 △병원 수익 감소 등을 이유로 제도개선에 반대하고 나섰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선택진료 축소로 발생하는 재정적인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안 없이 제도를 밀어붙이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병원들이 선택진료를 통해 거둬들이는 연간 수익은 2004년 말 기준으로 4300억원에 달한다. 현재는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돼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산을 해보지 않았지만 선택진료 범위 축소로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상당한 수익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런 사정상 처벌규정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와 의료계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선택진료 규정 위반시 형사처벌 규정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을 내년 중으로 통과시켜 2009년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선택진료 사실상 강요=국정감사 자료 등에 따르면 국내 47개 대학병원 중 64%인 30개 대학병원에서 진료과목 담당의사 전원이 선택진료 의사로만 배치돼 있다.

경북대병원의 경우는 전체 개설과목 25개 중에서 22개 과목의 진료의사가 모두 선택진료 의사로만 구성돼 있었다.



또 선택진료의사 자격을 '전공의 자격취득후 10년이 넘은 자' 외에 '대학병원 조교수 이상'까지 포함돼 대학병원들이 선택진료 의사 양산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연세대세브란스병원(97%), 연세대치대병원(100%), 부산백병원(87.2%), 충남대병원(80.7%) 등이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있다.

이 때문에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은 선택진료제가 환자들의 선택권은 무시된채 병원들의 배만 불리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하는 등 불만이 커져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시민단체의 제소를 받아들여 주요 대학병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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