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의 昌···6~7일께 출마 입장 표명

오상헌 기자, 이새누리 기자 2007.11.0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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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李, '만류·압박' 昌 불출마 기대...朴 '우군 만들기' 올인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탈당 후 출마 결심을 굳히고 이르면 6~7일께 국민들에게 출마 입장 발표를 할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이명박 후보측이 지방에서 '장고' 중인 이 전 총재의 소재를 수소문하는 등 출마 만류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 전 총재 본인의 출마 의지가 워낙 확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후보측은 이 전 총재에 대한 '설득'과 함께 당 운영에 불만을 갖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적극 '구애'의 눈짓도 보내고 있다. 이 전 총재 출마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2일 한인옥 여사와 지방으로 내려가 사흘째 머물고 있는 이 전 총재는 5일쯤 귀경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출마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의 측근 이흥주 특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총재는 제가 보고드린 언론 상황이나 국민적 관심을 봐서 이번 주를 넘겨서는 안되겠다는 말에 공감하고 있다"며 "금주 중에 국민 앞에 서야 한다는 요청에 대해 '알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특보는 또 "오늘 내일 이 전 총재가 결심을 주면 전광석화 같이 (입장표명) 장소를 구할 것"이라며 당초 8일로 예정됐던 입장 발표 날짜를 하루 이틀 앞당길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입장 표명의 형식은 '국민께 드리는 글'과 같이 대국민성명의 형태가 될 전망이다. 이 특보는 이 전 총재의 장고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보수진영 분열에 대한 책임론 때문이 아니겠냐"고 답했다.


이어 "이를 포함해 결단 자체가 정치권이나 국민에게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고뇌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라며 "이 전 총재는 지금 나라를 구하기 위한 구국의 결단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측은 이 전 총재의 출마를 저지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주말 임태희 비서실장을 통해 수차례 만남을 요청했지만 이 전 총재측의 거부로 면담이 불발됐다.



이 후보측은 이밖에도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이 전 총재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초조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 후보는 이날 홍익대 주변의 한 카페에서 열린 '포스트 386(20-35세대'와의 간담회에서 "(이 전 총재가) 출마한다고 언론에 실리지만 너무 앞질서 단정짓는 것은 빠르다고 생각한다"며 불출마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 후보는 "제가 아는 이 전 총재가 그렇게 쉽게, 가볍게 어떤 일을 결정할 분이 아니다. 점심식사를 할 때 '정권교체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며 "(지금까지) 직접 출마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없고,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도 (이 전 총재는) 정권교체를 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당연한 분"이라며 "본인이 공천을 받아서 두 번이나 당원 전체의 힘을 모아서 (선거를) 했는데 본인이 신중하게 할 것이다. 저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공식 대선 후보 선출 절차인 경선을 거쳐 확정된 유일한 대선 후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우회적으로 이 전 총재의 출마가 곧 '경선 불복'임을 강조하기 위한 압박 발언으로도 읽힌다.

이 후보는 또 당 선대위의 함영준 언론특보를 통해 인터넷 홈페이지(www.mbplaza.net)에 현재의 심경을 담아 올린 글에서도 이 전 총재를 간접적으로 겨냥했다.



이 후보는 "선거가 50일도 남지 않은 지금 제 주변에서 여러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거짓을 진실이라고 포장해 국민을 속이려는 세력도 나오고, 원칙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도 원칙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며 "저는 이럴 때 더욱 힘이 난다. 에둘러 가거나 뒷걸음질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거짓을 진실이라고 포장해 국민을 속이려는 세력'은 BBK 검증 공세에 올인하고 있는 범여권을, '원칙에 어긋하는 일을 하면서도 원칙이라 주장하는 사람'은 불출마를 선언하고도 세번째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이 전 총재를 겨눈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후보는 이 전 총재에 대한 '만류'와 '압박'의 양동 작전과 함께 박 전 대표 감싸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박 전 대표측을 향해 "좌시하지 않겠다"던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의 오만함을 깊이 반성한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 전 총재의 출마라는 최악의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측의 '지지'가 급선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은 그러나 "불과 며칠 전엔 '좌시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미안하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필요에 따라 비판과 사과를 반복하는 건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내 분란의 조기 수습을 통해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비하려는 이 후보측의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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