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환율 800원대 내줘야 하나" 고민

더벨 이승우 기자 2007.10.31 15:17
글자크기

공급 우위 수급 구도+약달러 추세...900원 방어 버거워

원/달러 환율 800원대를 허용할지 외환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통해 환율 하락 속도를 제어하고 있지만 달러 공급 우위인 국내 수급 구도와 글로벌 달러 약세라는 큰 흐름 속에서 개입을 통한 900원 방어가 버거워진 상태다.

게다가 800원대로 환율이 추락하면 다시 900원대로 복귀할지 여부도 불투명해, 이후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



3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9일 이후 사흘 동안 외환당국은 25억~30억달러에 이르는 달러 매수 개입에 나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장중(31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한때 899.60원까지 떨어지며 900원선이 붕괴됐지만 즉시 반등, 다시 900원 위로 올라서는 모습을 보여 외환 당국의 개입이 유추되는 대목이다.



이날 재정경제부 한 관계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와 상관없이 환율이 많이 내리면 사전에 조치할 것"이라고 말하며 900원 붕괴를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 정부로서는 900원 아래의 환율을 용인할 수 없는 입장이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 편성시 가이드라인으로 잡은 환율 수준이 920원대인데다 민간과 국책연구소 또한 920원대 초반을 내년 전망치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시작과 함께 1000원이 붕괴된 이후 주요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970원과 950원, 930원, 910원이 차례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 한번 붕괴된 지지선 위로 반등하는 것이 어러웠던 것도 당국이 900원에서 손놓고 뒷짐만 질 수 없는 이유다.


외국계은행 한 외환딜러는 "공급 우위의 일방적인 수급 구도 속에서 외환당국 말고는 달러를 사겠다고 나서는 쪽이 없는데 지지선이 무너지면 반등보다는 그 레벨이 저항선으로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달러화 가치의 하락이라는 글로벌 추세를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어 외환당국의 900원선 사수 의지가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달러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내린다면 원화의 상대적인 절상 압력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다.



고유선 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는 "900원이냐 899원이냐의 경제적인 의미는 크지 않지만 시장 참가자들에게 심리적으로 차이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외환당국이 900원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의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국가간의 경상수지의 불균형 해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달러화 가치의 반등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단,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는 이상 800원대에 환율에 머무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800원대 후반과 900원대 초반을 오갈 것으로 전망됐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환율 하락 속도를 완화시키기는 하겠지만 800원대 환율을 용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글로벌 달러 약세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