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유가·실적·주택' 악재 중첩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7.10.17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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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술주 하락주도, 유가 장중 88불 돌파, 버냉키 '경고'

뉴욕증시가 이틀째 뒷걸음질쳤다.

주택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살아난데다, 웰스파고 등 주요기업들의 저조한 실적이 악재가 됐다. 전날에 이어 장중 배럴당 88달러를 넘어서는 초강세를 지속중인 유가도 증시를 억눌렀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71.86포인트(0.51%) 떨어진 1만3912.94을 기록했다.
S&P500지수 역시 전날에 비해 10.18포인트(0.66%) 하락한 1538.53으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16.14포인트(0.58%) 내린 2763.91로 장을 마쳤다



뉴욕증시는 이날 개장과 동시에 일찌감치 하락세로 방향을 잡았다. 전날 장 마감후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미 주택시장 조정이 내년까지 지속돼 경기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발언한 점이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실적 발표가 예정된 기업들의 전망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던데다 유가 강세도 수그러들지 않는 등 악재가 첩첩산중인 탓에 상승 기대감을 찾아볼수 없었다.
퍼스트 아메리칸 미드캡 그로스 펀드의 펀드매니저 할 골드스타인은 "거시경제와 기업실적 모두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장중한때 100포인트 이상 하락하기도 했으나 장후반 하락폭을 좁히는 등 하방 경직성을 보여줬다.
존슨 일링턴 투자자문의 휴즈 존슨 회장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며 "경색우려에도 불구하고 실제 신용 시장은 생각보다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 '어닝 서프라이스' 실종..금융주 기술주 약세 주도

주택경기 침체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있는 금융주들의 실적부진 발표와 주가약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4위 은행인 웰스파고는 3분기 순이익이 22억 80000만달러, 주당 68센트로 전년대비 4.1% 늘었다고 발표했다. 웰스파고의 3분기 순이익은 사상최대를 기록했지만 이는 월가의 예상치 주당 70센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어서 주가가 3.89% 하락했다.
오하이오의 금융지주사 키코퍼레이션 (5.9% 하락), 남부지역의 리젼스 파이낸셜(2.1% 하락) 등 이날 실적을 발표한 금융 회사들은 대부분 예상을 밑도는 실적으로 주가가 약세를 기록했다.


금융주 가운데 베어스턴스는 중국 시틱은행이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1.96% 오르는 강세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장 마감후 실적을 발표한 주요 기술주들도 하락 분위기에 일조했다.



야후는 이날 장 마감후 3분기 순이익이 1억513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억5850만달러에 비해 감소했다고 밝혔다. 주당 순이익은 11센트로 동일했다.
톰슨 파이낸셜은 야후의 주당순이익이 8센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야후는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로 장중 4.2% 급락했으나 실적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10% 가까이 상승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메이커인 인텔 역시 실적 우려로 전날에 비해 1.05% 하락 마감했다. 인텔은 장마감후 3분기 매출 101억달러에 순이익19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당 순이익은 31센트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이는 주당 30센트 순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던 월가의 예상치를 웃도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간외에서는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반면, IBM은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정규장에서 1.33% 상승한채 마감했다. 그러나 3분기 매출 241억2000만달러에 순익 23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장마감후 밝히면서 시간외에서는 오히려 약세로 돌아섰다.



유럽시장에서도 기술주 실적경고 소식이 이어졌다.
네트워크 전문기업 에릭슨은 3분기 순익이 전년 보다 36% 급감한 40억크로네(6억2000만달러) 기록했고 매출은 6%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61억4000만크로네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에릭슨 주가는 스톡홀름 증시에서 한때 24% 급락했다.

◇ 90달러 앞둔 국제유가, 증시 압박

국제 유가는 배럴당 87.61달러로 마감,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1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전날보다 1.48달러(1.7%) 오른 87.61달러로 마감, 전날 기록한 종가기록 86.13달러를 넘어섰다.
이날 WTI는 장중한때 88.20달러를 기록, 장중 최고 기록도 경신했다.
공급부족 우려가 갑자기 불거진 것은 아니지만 최근 4주동안 유지돼 온 78-84달러
박스권의 상단이 무너지면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했다.



유가와 더불어 달러화 약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값도 최고가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값은 전날보다 온스당 20센트 떨어진 762.0달러로 마감했다. 금값은 그러나 한때 전자거래에서 온스당 772달러를 기록, 전날 기록한 장중 최고가(765.50)를 넘어섰다.

달러화는 급락지속에 따른 경계로 하락세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오후 4시15분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1.4166달러로 전날의 1.4201달러에 비해 소폭 하락(달러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은 116.67엔으로 전날의 117.29엔보다 하락(엔화 상승)했다.

◇ 주택경기 악화 상기시킨 버냉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전날 발언도 장 초반부터 증시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버냉키 의장은 전날인 15일 저녁 뉴욕 이코노믹클럽 초청 연설에서 "주택 시장 부진은 내년 경제 성장의 심각한 부진을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신용시장 상황은 개선되고 있지만, 완전한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일부 악화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금리인하에 대한 언질은 빠진채 주택경기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할수 있다는 메시지를 증시에 전달했다.



버냉키의장은 "연준은 경제 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며, 효율적인 시장 기능을 지지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물가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원론만을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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