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20% 싸게"… KT, 이통사 변신?

머니투데이 윤미경 기자 2007.09.1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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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폰' 등 갑작스런 계획 발표… 이통사들 "KT 왜 이래?"

KT (36,850원 ▼250 -0.67%)가 주력사업인 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분야를 제쳐두고 '이동전화' 상품의 차별화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이동통신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TF의 이동전화 상품을 재판매하고 있는 KT는 13일 느닷없이 '이동전화서비스 차별화 선언'이라는 자료를 배포하면서 사회적 약자로 지칭되는 노인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저가의 요금상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저가 요금상품의 기본 골격은 기본요금 할인, 일정량의 무료통화 및 무료 문자메시지 제공, 집전화기 '안'과 3세대 이동전화서비스 '쇼'를 동시에 이용하는 고객에게 가입비와 기본요금, 문자요금을 할인해주는 상품이다.

KT는 "연내 소량이용자인 실버층을 위한 현재보다 최대 20% 저렴한 이동전화 상품을 선보인다"고만 발표했다. 또, 내년중에 실버층과 저소득층을 위해 저가단말기인 가칭 '국민폰'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날 KT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가장 난감해하는 곳은 KTF다. 지금까지 KTF 요금상품과 단말기 라인업을 그대로 채용해왔던 KT가 느닷없이 KTF와 차별화된 요금을 운운하며 독자행보에 나서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독자적인 이동전화 요금상품을 단 한 차례도 내놓은 적이 없는 KT였다. 그런 KT가 정부가 이동전화 요금을 놓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주문하자, 소량이용자인 실버층을 위해 20% 할인된 요금제를 내놓겠다고 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아직 상품은 없다. KT는 "상품구성 및 단말개발 기간을 감안할 때 내년초부터 고객에게 해당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목은 이통사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통상 이동통신업체들은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전에 정보통신부에 이용약관부터 신고한다. 그런 다음에 언론을 통해 새 요금상품을 소개하는데, KT의 이날 선언은 이런 관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연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언제 나올지 모르는 '저렴한' 요금제를 미리 언론을 통해 예고한 것이다.

다른 이동통신업체들과 다르게, 초고속인터넷 상품과 유선전화까지 고루 갖추고 있는 KT다. 이미 290만명에 이르는 이동전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KT의 이동전화 차별화 선언은 KTF뿐만 아니라 통신시장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KT는 "결합서비스에 따른 할인을 제공하기 어렵고, KT만의 독자 상품을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요금인하를 주도해 이용자 편익을 크게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이동통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KT 매출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시내전화는 결합상품에서 제외시켰으면서, 별정통신으로 뛰어든 무선재판매를 전면에 앞세워 '이동통신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KT의 전략은 "유선지배적사업자로서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국민폰'만 해도 그렇다. 2008년중 언제 나올지 모르는 저가단말기 '국민폰'을 기본료 9000원, 통화료가 최대 20% 절감되는 상품이라고 홍보한다. 2009년에는 'KT U폰'과 '모바일 인터넷전화'도 내놓겠다고 하는데, 이를 위해 3년간 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수년째 연간 2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KT였다. 3년간 6조원이라는 투자금액이 오로지 모바일 분야를 위해 쓰이는 것인지, 전체 시설투자비를 지칭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이를 놓고 이통업체 한 관계자는 "재판매사업자로서 요금상품을 내놓는 것은 자유지만, 당장 구입하지도 못하는 요금제와 전화기를 내놓겠다고 하는 KT의 속내가 궁금하다"며 의아해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KT 무선재판매 불법행위에 대한 통신위 심결이 코앞에 닥쳐있는 시점에서 KT가 갑자기 '이동통신 차별화 선언'을 한 것은 우선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계산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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