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증권사 비싸면 직접설립"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7.09.1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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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 수석부행장 "과도한 프리미엄 주고선 안 산다"

한누리증권 인수를 추진중인 국민은행 (0원 %)이 전격적으로 '증권사 신설' 카드를 내놨다. 이는 한누리증권대주주와의 가격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연내에 증권사 신설을 허용키로 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비싸면 안사고 직접 설립"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증권사 신규설립을 허용하는 방침을 밝혔다"며 "이 같은 환경변화 속에서 과도한 프리미엄을 주면서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수석부행장은 "지난 5월부터 한누리증권을 포함해 증권사를 인수하려고 노력했던 것은 제도적으로 (증권사) 신규설립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점이 없는 소형사를 인수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조만간 증권사 신규설립이 가능해지게 돼 상황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협상 중인 한누리증권 인수를 포기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결론을 내기위해선)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며 "과도한 프리미엄을 주고서는 인수하지 않겠다"는 말로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역시 문제는 '인수가격'이었다. 김 수석부행장은 "국민은행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가격이라면 (한누리증권을) 인수할 것이고 그 이상이라면 인수를 강행치 않을 것"이라며 현재 장부가치 대비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누리증권 대주주 측을 간접적으로 겨냥했다. 다시말해 금융감독당국이 증권사 신설을 허용하겠다고 공표한 마당에 굳이 한누리증권 대주주측의 가격협상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 구체적으로 한누리증권 외 들여다보고 있는 증권사는 없다"고 전제한 후 "그러나 언제나 프리미엄이 적절한 증권사가 있다면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 인수 또는 설립 후 증권업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김 수석부행장은 "증권사를 보유하게 되면 현 상태 그대로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증권사를 플랫폼으로해서 2600만 국민은행 고객을 활용한 증권연계계좌를 늘리고 행내 브로커리지 수수료를 절약할 뿐 아니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銀, 왜 '신설카드' 내놨나



국민은행이 한누리증권 인수협상 막바지 단계에서 증권사를 신설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은 무엇보다 양자간 원하는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날 김 수석부행장의 발언은 국민은행 입장에서 볼 때 무리한 가격을 요구하고 있는 한누리증권 대주주 측에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누리증권의 장부가치는 1100억원~13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누리증권 대주주 측은 매각대금으로 약 3000억원 대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인수전에 뛰어든 스탠다드차타드(SCB)가 2700~2800억원 대의 인수가를 제시하며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은 내부적으로 가격 베팅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김 수석부행장도 "SCB 때문에 가격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개연성은 있지 않겠냐"면서 다소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국민은행은 일단 무리한 딜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증권사 신설이 어려워 증권업 영위를 위해서는 기존 증권사를 인수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지만, 금감위 등 감독당국이 나서서 증권사 신설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마당에 무리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민은행이 증권사를 신설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당초 국민은행은 증권사 신규설립 시 소요될 시간문제 등을 들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껏 은행이 증권사를 신설해 운영한 사례가 없었던 만큼 시행착오 및 소요될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때문에 얼마간의 프리미엄을 주더라도 기존 증권사를 인수하는게 낫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업과 증권업은 금융의 범주에 있지만 확연히 다른 영역"이라며 "은행이 증권사를 처음부터 설립해 운영한다는 것은 물론 가능성은 있지만 리스크가 작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나서서 증권사 신규설립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말의 주체는 바로 증권업 진출을 노리는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아니겠냐"며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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