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cGMP에 대한 본질적 이해 필요

주상백 VGX 컨설팅사업본부장 2007.08.0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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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주상백 VGX 컨설팅사업본부장(45)은 서울대학교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후 서울대에서 석/박사 취득 후,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교 휴즈랩의 초빙연구원과 마이크로코즘 테크놀로지에서 선임연구원을 역임했다. 국내 다수의 제약회사들을 대상으로 cGMP 시스템 관련 다년간의 엔지니어링과 밸리데이션에 대한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전문분야는 정밀화학 및 바이오테크놀러지 기반의 원료의약품 제조시설에 대한 엔지니어링과 밸리데이션 분야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추가 협상이 타결 된지도 한 달이 조금 지났다. 많은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제약업계에서는 자체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개량신약이나 복제 의약품 위주의 생산시스템에 익숙한 국내 제약사들로서는 이번 FTA 협정이 생존을 위한 기로(岐路)이기 때문이다.

제약산업의 규모가 한국의 30배이며 550조원 정도의 전세계 제약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의약품 강대국인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니만큼 충격도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시장 진출이라는 기회를 얻는 대신 미국의 공습에 대비해야 하는 과제도 주어졌기 때문에 수익 모델을 새롭게 모색해야 하는 형국이다.



◇한미 FTA는 글로벌 마켓에서 통(通)하는 cGMP ‘혁신’ 종용

업계 전문가들은 FTA타결에 대한 대안들로 신약 개발, 제약사들간의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투자비중 증대 등을 내놓았다. 방법론들이야 어찌됐든 FTA의 직격탄은 국내 제약사들의 주요 수익모델이던 제네릭 의약품 위주의 사업구조를 바꾸도록 ‘혁신’을 종용하고 있다.



제약산업도 이제 ‘혁신’하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국내시장에서 보호 받으며 성장해 왔던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우리 제약산업의 역사적 전환점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혁신의 핵심은 국제적 기준에 맞는 의약품 제조가 뒷받침되어야 국제적으로 통(通)한다는 것이다. 즉, 의약품 판매가 가장 까다로운 미국시장에서 통하기 위해서는 미국 FDA의 cGMP(최신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에 적합하도록 의약품이 제조되어야 한다.

국내 일부 제약사들은 FTA 이전부터 꾸준히 신약개발을 위해 R&D 비율을 높이고 cGMP 인프라 확충에 나서기도 했지만, 현재 신약으로 개발되어 cGMP 인증을 받은 의약품은 국내에서 단 하나뿐이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은 제약공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다국적 제약사들과 비교해 볼 때 이러한 국내 제약산업 경쟁력이 너무 취약한지라 위기감이 대세인 듯 하다.


◇cGMP에 대한 본질적 이해가 우선되어야

국내 제약산업의 인프라가 미국 등의 선진국에 비해 극도로 취약하다. 하지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자유무역을 위한 상호 시장개방이라는 전제하에 한미 FTA가 타결되었기에 미국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다국적 제약사나 국내 제약사 모두 신약개발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시설에서 생산된 의약품이 미국 시장에 진출 할 수 있는 한미상호인정조항(MRA)으로 인한 새로운 경쟁도 부담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업계가 한·미 FTA가 종용하는 ‘혁신’ 앞에 손놓고 있어서도 안되지만,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이라도 cGMP시설 확충에 나서고 싶겠지만, 그 보다 앞서 무엇보다도 cGMP의 본질을 이해하고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

국내 제약업계들이 자체적으로 cGMP 구축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지만 의욕만으로는 2% 부족한 것 같다. cGMP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의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cGMP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과 이해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국내 실무자들 가운데 cGMP에 대해 장비만 업그레이드 하거나 인증을 위한 문서작업만 잘 준비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cGMP는 현재의 제조시설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cGMP는 의약품의 생산 시스템 자체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며, 지속적인 진화과정을 밟고 있는 세계화된 개념이다.



또 cGMP는 생명을 다루는 의약품의 생산과정에 안정성과 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인류가 만들어낸 최선의 생산문화다. 제약 산업의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미국에서도 cGMP 시스템의 제도적 정착을 위해 5~6년의 시간이 소요 되었다. 국내 제약사들이 서두른다고 급격히 정착 되지는 않는다. 특히, 국내 GMP수준은 고작해야 미국의 199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선진 GMP 체계가 국내 제약산업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이루어져야 할 일은 선진 cGMP에 대한 개념과 이해도를 높이는 일이다. 이에 정부도 cGMP 로드맵을 발표하고 선진 GMP 시스템에 대한 교육과 홍보활동 강화 정책 및 투자 자금 지원 정책 등을 통해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의약품 제조시설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에 있다.

결론적으로 FTA라는 풍랑 속에서 뿌리마저 흔들리는 변화의 진통을 겪으며 ‘혁신’의 길을 걷고 있는 국내 제약산업에서 현재 무엇보다도 요구되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선진 GMP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일이다. 이를 위하여 제약업체들은 cGMP 시스템 본질 및 운용 등에 대한 공동 연구를 비롯하여 관련 교육 및 컨설팅 활동 등의 국내 기업간의 적극적인 파트너쉽을 통하여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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