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의 아귀다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시장포화로 신규가입자를 유치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쟁의 본질은 '요금'때문인 듯하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약진이 이런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지난 2003년말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점유율이 5.5%에 불과했던 SO들이 불과 1년새 점유율이 7.2%로 껑충 뛰었다. 게다가 올 1월 한달동안 SO들의 순증 가입자는 2만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KT와 데이콤은 SO의 절반수준인 1만명이 늘었고, 하나로텔레콤은 오히려 2만명 줄었다.
SO들의 약진에 심기가 불편한 KT는 SO들이 임대해서 사용하는 KT의 전신주와 관로 임대료를 대폭 인상하는 방식으로 견제에 나섰지만 사실상 양측의 갈등만 불거질 뿐이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불공정행위를 감시하는 통신위원회도 전국에 걸쳐 160개나 되는 SO들을 일일이 조사하는게 현실적으로 부담스럽다고 토로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공정경쟁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SO들은 계속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케이블TV와 통합된 상품으로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세를 확대해나갈 것이고, KT 등 기간통신업체들은 SO로 이탈하는 고객을 막기 위해 고가 경품을 동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작부터 불공평한 게임이었다. 그 연유를 따져보면, 방송사업자인 SO들은 아무런 규제없이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병행할 수 있지만 기간통신업체들은 '방송법'에 따라 방송서비스를 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SO들은 불공정행위에 대해 수시로 감시당하는 기간통신업체에 비해 규제의 틀에서 자유롭다. 설령 SO들이 불공정행위로 규제받는다해도 과징금 수준이 매우 낮아 별 걱정도 안한다. 이는 기간통신업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출액 규모가 작기 때문에 과징금이 매출액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한 처벌효과는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공정경쟁이 실종된 시장에서 소비자 편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사업자는 과당경쟁으로 인한 마케팅 출혈로 서비스에 대한 투자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가입자 역시 길게 보면 손해다. 따라서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공정경쟁을 위해 소비자들은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할 것이고, 정부도 형평성있는 규제의 틀을 하루빨리 마련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