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경영]걷기와 자전기 타기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2004.12.2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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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문명의 이기이다. 하지만 자동차가 늘면서 편리함을 제공하기 보다는 불편함 내지는 끔찍한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 번은 서울 시내에서 저녁에 행사가 있어 차를 몰고 나갔다. 보통은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그 날은 지방에 일이 있어 차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막힐 때를 대비해 충분히 여유시간을 가졌지만 그 날은 유독 체증이 심했다. 그 날 모임에서 사회를 봐야 했기 때문에 도저히 늦을 수 없는 자리였다. 문제는 빌딩에 들어가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변했다.



빌딩 입구에서 차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어디 쓰레기통이라도 있으면 버리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진행자에게 급히 연락을 해 위기는 모면했지만 그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나는 대중교통의 신봉자이다. 걷는 것이 차를 끌고 다니는 것보다 이익이 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차가 있기는 하지만 길눈이 어두운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길눈이 어두운 사람에게 자가용은 별다른 효용성이 없다. 오히려 고통과 망신만을 얻는다.

두 번째는 걷는 것이 주는 자유로움 때문이다. 맘에 드는 친구와 갑작스럽게 술도 한 잔 할 수 있고, 쓸데없는 걱정 (주차, 차에 혹시 상처를 내는 것은 아닐까…)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또 늘 차만 타고 다니는 사람은 도저히 알 수 없는 기쁨도 꽤 느낄 수 있다.



지나가는 사람의 표정도 살필 수 있고, 계절의 변화도 볼 수 있다. 또 맘에 드는 가게에 들릴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이대 앞에 갔다 "그놈이라면" 이라는 라면 집 간판을 보고 한참을 웃을 수도 있었다.
 
또 걷는 것은 건강에 좋다. 이 뻔한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기를 쓰고 차를 끌고 다닌다. 그리고 운동이 부족하다며 따로 헬스클럽을 다니고 저녁마다 학교 운동장을 빙빙 돌기도 한다.

"현대의 좌식 생활은 독물의 개입과 같다. 차츰 불편해지다가 무력해지고 마침내는 질병으로 발전한다. 그 개입의 선봉에 자동차가 있다. 자동차의 편리함은 중독을 강화한다. 자동차에서 떠나 있는 시간이 적을수록 자동차를 떠나기 어렵다.

자동차가 뒷받침하는 좌식생활이 우리 근육을 위축시키고 일어서서 움직이려는 의욕을 감퇴시키기 때문이다. 차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게 한다. 짧은 거리도 차를 몰고 다니는 우리는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임으로서 허리둘레를 통제하고 건강을 유지할 기회를 상실한다."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에 나온 대목이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게 되면 영혼이 안정된다. 산책을 하거나 탄천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화를 내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산책을 하면서 화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를 타게 되면 멀쩡하던 사람도 쉽게 화를 낸다. 법정스님이나 추기경님도 운전을 하게 되면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그만큼 운전을 한다는 것은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무엇보다 걷기는 정신건강에 유익하다. 걷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좋은 아이디어가 샘물처럼 솟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생각할 것이 있을 때면 메모를 해 두었다가 산책시간이나 걷는 시간을 이용해 고민한다.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확신하면 그런 방향으로 움직인다. 차를 버리고, 걸어 다니는 것이 확실히 내게 유리하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걷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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