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 컴퓨터를 50만원에? '여기'가면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 2013.03.25 05:45

가전제품도 법원경매시장에… '꾼'들, 폭력배 고용해 일반인들 쫓아내기도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최모씨(35)는 결혼 후 소중히 써오던 TV, 냉장고, 침대, 소파 등 살림살이 전부가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5년간 운영하던 음식점이 경기침체로 손님이 뜸해지면서 최씨에게 남은 건 5억여원의 빚뿐. 이미 경매로 집을 팔아 '빚잔치'를 벌였지만 그러고도 모자라 압류당한 세간살이가 이날 경매처분된 것이다.

 그의 마지막 재산은 경매 시작 30여분 만에 낯선 사람에게 넘어갔다. 최씨는 "몇 년 안된 제품들이고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인데 헐값에 넘어가는 게 너무 아쉽다"며 "정말로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지었다.

 최근들어 일반 가전제품들도 심심찮게 경매장에 나오고 있다. 흔히 아파트 등 부동산을 시세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는 통로로 인식돼온 법원 경매에선 가전제품도 싼 값에 나온다. 국내 법원에서 진행하는 경매의 대부분은 부동산이지만 '동산' 경매 역시 법원에서 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에선 TV, 냉장고, 에어컨, 장롱, 침대, DVD, 피아노 등의 세간살이가 많이 나오는 한편 사무실 집기인 개인용컴퓨터, 회의용 책상·의자, 입식 에어컨 등도 빈번히 경매물건으로 나온다. 이들 동산 물건은 대부분 하나의 목록에 묶여 일괄적으로 매각된다. 물건 하나씩 감정가를 매긴 후 한데 묶어 합계 감정가를 산정하는 것이다.

 ◇중고시세보다도 20~30% 싸
 동산 경매의 최대 장점은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가전제품이나 집기류를 싼 값에 낙찰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감정평가서에는 단순히 컴퓨터 세트로 표시돼 50만~60만원으로 평가됐지만 실제로는 본체만 100만원 넘는 고사양 컴퓨터가 경매에 자주 나온다.

 주의할 점은 동산 경매의 매각장소는 법원 경매법정이 아니라 물건이 있는 주택·사무실에서 이뤄진다. 동산 매각에 참여하기 위해선 시간에 맞춰 기재된 주소지로 직접 찾아가야 한다.


 동산 경매의 경우 매각기일에 매각허가와 대금지급, 물건 인도가 모두 이뤄진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보증금만 제공하고 입찰해 낙찰받은 후 잔금납부 기한을 부여받는 부동산 경매와 달리 동산 경매는 낙찰과 동시에 물건을 바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꾼'들 일반인들 쫓아내 저가낙찰 받기도…"전문가와 동행해야"
 인기가 높다보니 가전제품 경매는 유찰되는 경우가 적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경매에 나온 수백 건 중 유찰되는 경우는 한두 건에 불과했다. 유찰되면 부동산 경매와 마찬가지로 최저가가 20%씩 떨어진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다른 사람이 쓰던 물건이어서 꺼리기도 하지만 가격 면에선 매우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다만 동산 경매의 경우 호가제로 운용된다는 점을 이용해 일명 '꾼'들이 입찰장에 진을 치고 돌아가면서 낙찰받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귀띔했다. 중고가전업체 직원들이나 그들이 고용한 폭력배들이 일반인들을 참여시키지 않은 채 최저가로 낙찰받는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꾼들은 일반인들이 오면 '뭐하러 여기 왔냐'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쫓아내거나 사전에 낙찰받지 못하도록 언질을 주는 경우가 있다"며 "실제 현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홀로 대처하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으니 전문가의 도움을 얻거나 경험자에게 동행을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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