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표채 발행, 연초 러시의 배경은

더벨 이도현 기자 | 2011.01.24 07:21

[Market Watch]원화금리 '꿈틀'…우량 대기업들 외표채로 선회

더벨|이 기사는 01월17일(07:1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연초부터 우량 대기업들이 외화표시채권(이하 외표채) 발행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신세계, KT가 투자자 모집을 완료했고 기아자동차 GS칼텍스의 발행 루머도 나오고 있다.

최근 나오는 외표채 발행 목적은 대부분 회사채·기업어음(CP)·은행 대출 등 차입금 상환이다. 외화차입금이나 해외채권을 갚기 위한 기업도 있지만 원화사채나 원화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한 용도로 외표채를 선택한 경우도 있다.

원화채 대신 외표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최근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 추세인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쳐 발행사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원화채 시장의 금리여건과 유동성이 워낙 좋아 상대적으로 외화채권 발행의 메리트가 떨어졌던 환경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외표채 발행의 매력은 한계가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초 외표채를 발행할 만한 기업이 한정돼 있고 통화스왑(CRS) 금리도 최근 오르고 있어 금리 메리트도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이다.

◇ 올 들어 외표채 5억 5000만 달러 발행

17일 더벨에 따르면 올 들어 발행이 확정된 외표채는 총 5억 5000만 달러에 달한다. 외표채 발행이 크게 늘어난 지난해 4분기 14억 4142만 달러의 40%에 육박하는 규모다.

신세계(AA+)는 13일 3년 만기 3억 달러 규모의 외표채를 발행했다. 대표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이 1억 달러, 공동주관사인 KB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각각 1억 달러를 인수했다. 금리는 3개월 리보 금리에 140bp(1bp=0.01%포인트)를 가산했다.

웅진코웨이(A+)는 14일 창사 이래 두번째 채권을 5000만 달러 규모의 외표채로 발행한다.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아 총액인수한다. 3개월 리보 금리에 190bp를 가산한 금리다.



KT(AAA)도 19일에 2년 만기 1억 달러, 3년 만기 1억 달러 등 총 2억 달러 규모의 외표채를 발행한다. 대표주관사인 대우증권이 1억 달러, 공동주관사인 동부증권이 1억 달러를 가져간다. 2년물 금리는 3개월 리보 금리에 100bp, 3년물 금리는 3개월 리보 금리에 105bp를 가산했다.

이들 외표채의 발행 목적엔 차입금 상환 용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신세계는 1억 2000만 달러 규모의 해외 사모사채와 1월 중 만기도래하는 CP 상환에, 웅진코웨이는 일반 및 기업구매자금 대출 상환에 대비하기 위해 외표채를 발행했다. KT는 2월에 만기도래하는 3200억 원 규모의 원화채를 상환할 계획이다.

◇ 한은 기준금리 인상 등 원화채 발행 비용 상승


주목할 만한 점은 일부 기업이 원화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외표채를 발행한다는 것이다. 회사채를 갚을 땐 동일한 통화의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표채 발행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만큼 이득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6일 AAA급 회사채와 AA+급 회사채는 각각 3.66%, 3.74%로 저점을 찍은 이후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 스프레드는 한 달 새 50bp 가량 벌어졌다. 거기에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2.50%에서 2.75%로 전격 인상해 금리 상승을부채질 했다. 13일 회사채 금리는 전일 대비 9bp 상승했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당분간 원화채 금리 상승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우량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변동 폭이 크지 않은 외표채를 차환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장에선 기아자동차(AA)와 GS칼텍스(AA+)의 외표채 태핑설도 나오고 있다. 기아차는 상반기 중 3600억 원 규모의 원화채를, GS칼텍스는 3억 달러 규모의 해외채권을 갚기 위해 외표채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 CRS·발행사 수 등으로 시장 외형확장은 한계

하지만 연초 꿈틀거리는 외표채 발행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신용 스프레드가 지속적으로 축소되긴 했지만 발행 여건이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국내 증권사 채권인수 관계자는 "지금까진 외표채 가격대가 맞아 발행에 나설 수 있었지만 CRS(통화스왑) 금리는 상승하고 환율은 떨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기업들이 원하는 가격대를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화 자금 조달 목적이라면 모르겠지만, 원화용도 발행은 활발해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외표채를 발행할 수 있는 기업들이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도 시장의 한계성이 있다. 그리고 외표채 투자자 층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웬만한 기업들은 이미 발행을 한 상태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일본계 은행, 시중은행 등 투자자 층이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대규모 외표채를 발행할 수 있는 기업은 AA급 이상 우량 대기업에 국한돼 있다"며 "이들이 미리 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을 만큼 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올해 시장이 커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3. 3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4. 4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5. 5 "갑자기 분담금 9억 내라고?"…부산도 재개발 역대급 공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