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횡령 혐의 입증할까… 검찰 수사력 시험대

머니투데이 배혜림 기자 | 2010.12.13 10:18
'신한 사태'를 수사해 온 검찰이 이번 주 '빅3'의 신병처리 방향을 사실상 확정한다. 수사가 3개월여 만에 종착역을 앞두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김준규 검찰총장의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신한 측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의 구속 가능성을 보다 신중하게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또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횡령 혐의 입증은 검찰의 수사력과 공정성을 가리는 시험대이자 최대 쟁점으로 부상해 수사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총장 발언의 최대 피해는 '수사'
김 총장은 6일 저녁 사석에서 만난 일부 언론사의 기자에게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에 대한 영장청구 방침을 흘렸다. 당시는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에 대한 재소환 조사를 목전에 둔 시점이었다.

사흘 뒤인 9일 언론 보도를 접하고 당황한 신한은행 측은 검찰과 해당 언론을 상대로 피의사실 공표와 명예훼손을 문제 삼아 법적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총장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확정되지 않은 내부 방침을 공표할 경우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바로 '수사'다. 검찰의 입을 통해 영장을 예고 받은 피의자로부터 협조적인 태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돼 있는 수사 대상자의 경우 더욱 그렇다.

검찰이 영장청구를 둘러싸고 빚은 혼선과 갈등을 대내외적으로 어떻게 봉합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론몰이'성 발언으로 표적수사 논란을 일으킨 김 총장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 총장의 발언이 결과적으로 수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내부 반발과 함께 비난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 고소·고발전에 대한 수사가 이번 주 최대 고비를 맞을 수도 있다.

◇수사 어디까지…라응찬 횡령 혐의 입증할까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중희)는 수사착수 직후 신 전 사장을 출국금지 조치한 데 이어 최근 이 행장과 라 전 회장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에 대한 조사를 일단락한 상태다.

신 전 사장은 투모로그룹에 400억원대의 불법대출을 해줘 신한은행에 손해를 끼친 혐의와 이희건 명예회장 몫의 경영자문료를 횡령한 혐의, 재일동포 주주들부터 8억원을 받아 금융지주회사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행장은 경영자문료 3억원을 횡령하고 신한금융 유상증자 과정에서 실권주를 배정받은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5억원을 받은 혐의다.

반면 라 전 회장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형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많이 남았고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라 전 회장은 자문료의 일부를 자신의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사용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뚜렷한 진술이나 증거를 찾지 못해 입증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금융감독 당국에서 적발한 금융실명제법 위반 행위는 과태료 부과 사안이어서 라 전 회장은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의 횡령이 라 전 회장의 지시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빅3' 가운데 라 전 회장만 기소를 피한다면 검찰은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라 전 회장이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과 동향 출신이라는 사실은 수사의 공정성 여부를 떠나 검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그런데 실제로 라 전 회장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마무리한다면 수사의 형평성과 검찰의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남은 수사에서 혐의 입증의 의지를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

◇구속영장 청구…'새로운 시작' 혹은 '수사 마무리'
검찰이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법원의 영장발부 여부에 따라 수사의 향방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이 구속된다면 횡령 자금의 정치권 전달 의혹과 라 전 회장의 횡령 혐의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영장이 기각된다면 이제까지 조사한 내용을 크게 넘지 않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에 대한 영장청구 여부과 그 결과가 수사의 최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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