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전 회장과 함께 이들 '빅3'는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책정된 15억여원 가운데 일부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문료 횡령 의혹은 당초 신한은행이 신 전 사장을 고소하면서 제기됐지만 빅3가 모두 연루되면서 '신한 사태'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 행장은 3억원을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라 전 회장은 자문료 2억여원을 변호사 비용 등의 명목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같은 방침은 김준규 검찰총장이 최근 일부 기자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확인했다. 이를 두고 검찰 주변에서는 신 전 사장과 이 행장 구속수사 방침이 김 총장의 결정인지, 아니면 수사팀의 의견이 보고된 것인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김 총장이 언론 반응을 확인한 뒤 '여론몰이'를 하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검찰은 수사를 원점부터 다시 살펴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도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에 대해서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을 세운 뒤 수사를 진행한다면 '표적 수사'와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뇌부가 미리 구속 수사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수사팀이 횡령 규모와 사용처를 조사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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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가 모두 경영자문료의 일부를 본래의 목적이 아닌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검찰이 라 전 회장만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 역시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빅3가 자문료에 손을 댔다면 동등하게 문제 삼는 것이 이치"라고 말했다. 그는 "권력 다툼이나 벌이는 은행 경영진의 잘못된 행태를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혀놓고 신한 사태를 시작한 라 전 회장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한다면 논란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총장은 지난 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검찰 간부들에게 "다른 검찰청의 수사와 관련해 언론에 '재경지검 관계자'로 인용되지 말라"고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총장은 사석에서 몇몇 기자들을 만나 서울중앙지검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언급해 스스로 자신의 말을 뒤집은 꼴이 됐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