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전세난, 어떻게 보아야 하나?

머니투데이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 | 2010.10.21 10:15
우리나라에서 전세시장만큼 계절적 변동이 심한 시장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전세계약은 주로 2월과 3월, 그리고 9월과 10월에 이루어지는데, 이 시기에 전세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 매년 되풀이된다. 그리고 전세계약은 대체로 2년마다 한번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세입자가 느끼는 전세가격의 상승 정도는 실제보다 훨씬 크다. 2년간의 전세가격 상승분이 한꺼번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가격 상승은 이런 계절적 변동에 일부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국민은행의 전세가격지수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지난 5월 이후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계절적 변동을 제거해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전세가격 변동의 고점은 이미 지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전세난에는 계절적 요인 외에 저금리에 의한 전세물량 감소라는 또 다른 원인이 있다. 금리가 낮으면 집주인 입장에서 볼 때 전세보다 월세가 유리하다. 자연히 집주인은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고 하기 때문에 전세시장에서 전세물량의 감소로 전세가격이 상승한다.

반대로 월세시장에서는 월세물량 증가로 월세이율(전세를 월세로 환산할 때 사용하는 이자율)이 하락한다. 실제로 서울시의 월세이율은 연초에 월 0.88%였는데, 최근에는 월 0.86%로 0.02%포인트 하락했다.

여기에 최근 전세가격이 예년에 비해 높게 상승한 원인에는 자가시장과 전세시장의 불균형이라는 마찰적 요인이 존재한다. 한쪽에서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있고 미입주 아파트가 널려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두 시장이 현재 불균형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연초만 하더라도 많은 전문가는 올해 신규아파트 입주물량이 많기 때문에 전세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두 시장 간의 불균형 때문에 현실은 예측과 다르게 진행되는 것이다.


자가시장과 전세시장이 불균형 상태에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전세입자들이 자가시장에 진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전세가격에 비해 주택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앞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예측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전세입자들이 보금자리주택을 분양받고자 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나 미입주 아파트가 전세시장에 진입하지 않는 것도 두 시장이 불균형 상태에 있게 된 원인 중 하나다. 이는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수분양자의 이주가 제약을 받기 때문일 수도 있고, 투자자가 투자를 기피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시행사가 자금회수를 위해 미분양 물량을 전세로 돌리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미분양 아파트가 대형주택 위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현재 전세난의 원인 중 하나인 계절적 요인은 시간이 지나면 소멸된다. 또 다른 원인인 저금리에 따른 전세가격 상승도 정부의 출구전략에 따라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것은 마찰적 요인인데, 이런 마찰적 요인에 따른 전세가격 상승 역시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렵다. 주택가격이 안정된 가운데 전세가격이 상승하면 전세입자 중 일부는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고자 할 것이고, 투자자들은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전세를 놓고자 할 것이다. 또 시행사나 수분양자들은 미분양 아파트나 미입주 아파트를 장기간 빈 집으로 놀려둘 수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해당 주택을 전세시장에 내놓을 것이다.

결국 현재의 전세난이 단기적인 현상으로 끝날 것인지 여부는 마찰적 요인에 따른 두 시장의 불균형이 얼마나 빨리 해소되느냐에 달려 있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내년을 더 걱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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