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우리는 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없는가

머니투데이 김광수 강원대 경영대 교수 2010.10.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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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우리는 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없는가


이웃나라 일본은 스즈키 아키라 홋카이도대 명예교수와 일본 국적의 네기시 에이이치 미국 퍼듀대 특별교수가 올해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과학강국의 면모를 한층 드높였다.

지금까지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모두 18명으로 미국 영국 독일 등에 이어 세계 7위에 올라 있지만 이들 수상자 가운데 14명이 자연과학분야에서만 나왔다는 것은 크게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일본의 이번 성과는 수상자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기초과학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또한 큰 힘이 됐다. 실제로 일본은 2001년 수립한 제2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향후 50년 이내에 30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목표를 세워 추진해왔고, 그 결과 올해까지 벌써 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과학입국을 내세우며 정부 차원에서 과학진흥책을 강구해왔지만 아직까지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는 지난 반세기의 짧은 기간에 기적적인 고도성장과 함께 세계 10위권을 넘보는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국가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놀라운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1명도 없는가.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노벨과학상 수상의 근원지는 대부분 대학이기 때문에 우리도 그 문제점을 대학의 교육과 연구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 대학교육의 문제점으로 가장 많이 지적받는 것은 교육에 기본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대학들이 기초과학교육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 교육은 산업화 초기부터 모방을 일삼아온 습관에 젖어있어 노벨상 수상의 필수 전제이기도 한 창조력 향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래서 200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무트 이화여대 석좌교수도 한국 대학생들은 과학에 대한 기본지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기초과학이 약하면 한국은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교육풍토는 많은 대학생이 대학을 현실 안주의 직업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는 대학관의 시대적 변화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날이 갈수록 우수한 학생들은 공부하기도 어렵고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없는 기초과학의 이공계를 기피하고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응용과학의 의·약분야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어 학문발전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기초과학연구의 활성화 역시 단시간에 많은 실적을 거두려는 우리 대학의 연구풍토 때문에 기대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기초과학의 발전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음은 이번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령으로 보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노벨상 수상자 두 사람 다 70대와 80대 고령으로 노벨상 수상은 이들의 일생 동안의 연구결과임을 말해준다.

물론 우리 대학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 자체의 자성과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와 함께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부의 지원과 정책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대학개혁도 교육과정과 그 내용의 충실을 기하여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여 창의력을 갖춘 인재가 많이 배출되도록 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대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만 우리가 바라는 노벨과학상 수상도 가능해질 수 있다. 아울러 기초과학의 중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창조적 교육과 연구 없이는 결코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모방만으로는 추종만 있을 뿐 결코 선두에 설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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