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주택시장 부양책의 함정

머니투데이 신성호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2010.09.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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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주택시장 부양책의 함정


당국은 최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고 다가구주택 보유자의 세금을 경감하는 등 다양한 주택시장 부양책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언론은 사실상 주택에 관한 모든 규제를 풀었다고도 평가했다. 이에 힘입어 주택시장이 다소 활기를 띠는 것같다. 실제로 모델하우스와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는 사람도 종전보다 늘었고 급매물도 회수되는 것같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다소 과잉적인 듯하다. 그간 집값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도 있는 방안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통계로 보면 미국의 10대도시 주택가격이 최고치 대비 29% 떨어진 것과 달리 8월 현재 우리 주택가격은 최고치인 올해 6월 대비 0.1% 하락했을 뿐이다. 이러한 주택가격 추이로 보면 주택거래 부진을 주택가격 하락으로 오인하고 과민반응한 것같다. 즉 일부 급매물 가격을 전체 주택가격으로 여긴 것같다.



사실 그간 주택시장의 부진은 주택가격이 경제여건 대비 매우 높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소득 등 경제여건 대비 적정 수준이었다면 주택시장이 그렇게 부진하진 않았을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활달했던 것은 당시 소득증가, 금리하락, 주택공급 감소 등 때문이지만 외환위기 이전에 경제여건 대비 높았던 주택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실로 주택가격은 높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 주택가격은 가구소득 대비 2008년 현재 6.26배로 미국 3.55배, 일본 3.72배보다 매우 높다. 또 국민은행에 따르면 6월 현재 서울지역 집값은 중간소득 계층(소득계층을 5분위로 나눌 때 3분위 소득계층) 연간소득의 11.7배인 4억4646만원이나 된다. 반면 2009년 기준 전국가구의 월 평균소득은 344만원이었고, 소비지출은 215만원이었다.



이번 조치와 관련해서 특히 부담스런 것은 DTI 완화다. 부채를 늘려 주택가격을 안정(상승?)시키자는 것인데, 우리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2009년 현재 1.4배로 미국 1.32배, 일본 1.11배보다 높은 상황에서 부채로 집값 안정 도모가 타당한지 의문이다.

또 이번 조치가 주택가격 안정이 아닌 상승을 유발한다면 적지 않은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집값이 상승하면 상당수는 주택마련을 위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데, 소비가 위축되면 경제는 침체되기 마련이다. 특히 집값이 오르면 전·월세도 덩달아 상승하는데, 2005년 기준 자가주택 거주가 55.3%인 점을 감안하면 많은 가계가 큰 고통을 받게 된다.

또 이번 조치에 힘입어 당장 주택가격이 안정돼도 매년 금리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으면 주택시장은 그간의 문제를 재차 겪을 것이다. 주택 보유의 가장 큰 목적은 금리 이상 수익을 주택에서 얻는데 있기 때문이다. 조치 효력이 한계를 지녔다는 것인데, 때문에 주택가격은 시장기능에 의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가격안정과 관련된 조치의 한계는 주식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21년 전 1989년 12월12일에는 투신사의 무제한 주식매입, 기관투자가 범위 확대, 주식 물량공급 축소, 보유주식 담보 주식매입 (외상주식 매입) 조치가 시행됐다. 초대형 조치였지만 주가는 경제여건이 여의치 않음에 따라 처절히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보유주식 담보 주식매입 조치는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정리하면 주택가격은 경제여건 대비 적정 수준에서 형성돼야 한다. 때문에 자칫하면 상황을 오도할 수도 있는 조치보다 주택가격은 경제여건에 따라 형성되는 점을 이해관계자에게 홍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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