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2극화된 세계경기와 통화전쟁

머니투데이 최희갑 아주대 사회과학부 교수 2010.10.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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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2극화된 세계경기와 통화전쟁


최근 세계경제나 국내경제 상황은 일부에서 논의됐던 더블딥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남긴 많은 후유증이 아직 우리 곁에 있다. 그 후유증 가운데 세계경제의 2극화와 통화전쟁이 최근 우리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경제는 빠른 속도로 내닫는 국가들과 그렇지 못한 국가들로 나눠져 있다. 전후 세계경제의 질서를 지배했던 국가들이 후자의 군에 속한다. 일본은 장기침체에 놓인 지 오래며, 미국과 유럽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중국, 한국, 브라질 등을 비롯한 많은 신흥시장국은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이들 신흥시장국이 이런 속도로 순항한다면 2015년에는 선진국의 GDP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한다. 선진국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경제력의 변동에 그리 유쾌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흥시장국 덕분에 세계경제가 공황과 더블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최근 들어 선진국은 빠른 속도로 순항하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국들에 세계경제와 관련해 더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언론의 전면에 통화전쟁(currency wars)이 떠오르고 있다. 사실 각국의 경상수지가 과도한 불균형을 보여온 지 상당히 오래되었고, 경상수지 불균형을 해소해야 하는 환율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지도 그만큼 오래되었다. 환율에 대한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에 어찌 보면 왜들 그리 호들갑이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낳은 경기침체로부터 탈출이 더딘 국가들 입장에서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결국 통화전쟁이라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이미 9월 말에 미국 하원은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을 통해 대통령의 승인 없이도 미 상무부가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하락시킨 나라, 즉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보복관세를 물릴 수 있게 해서 통화전쟁론이 전면에 부상하도록 했다. 이에 보조를 맞춘 듯 10월초 ASEM 정상회의에서 유로존의 16개 국가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위안화 환율이 매우 저평가되어 있다며 공개적으로 평가절상을 압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신흥시장국의 반응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일관되게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을 거부하고 있고, 브라질은 국제통화전쟁이 전개 중이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환율전쟁은 신흥시장국의 환율절상에 대한 합의 그리고 더 나아가 새로운 환율제도에 대한 합의로 귀결될 수 있을까? 우선 과거 일본이 그랬듯이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국들이 자국 화폐의 절상을 용인하는 1985년의 플라자 합의와 유사한 것이 생겨나지는 못할 것 같다. 아직 이들 신흥시장국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일정한 책임을 할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그래서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고수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막대한 절상을 할 경우 자국민들의 불만을 금리인하 등의 내수진작책으로 달래야 하지만 일본경제가 겪었던 버블과 장기침체의 결과는 감당하기 어렵다. 또한 선진국의 기이한 통화절상의 이면에는 선진국의 통화와 금융자산을 매입하는 신흥시장국의 적극적 노력이 담겨있다. 지난 40년간 금융위기로 신흥시장국을 뒤흔들어왔던 외환위기의 악몽 때문이다. 과도한 소비 또는 저축 부족으로 애를 먹는 선진국 역시 이런 신흥시장국이 마음을 바꿔먹지 않길 바라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이미 금값은 4배 이상 상승했고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달러화에 힘겹게 의존하는 변동환율제 외에는 환율제도의 대안이라는 것은 아직 생각할 수 없으며 결국 금에 대한 믿음이 이어지는 것이다. 동시에 대책 없는 통화전쟁 논란이 지속되며 세계 전역에 걸쳐 약탈적 외환투기의 기회를 낳고 있다. 정책당국이 시장과 싸우려 하기보다는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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