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워크스마트를 스마트하게 하기

머니투데이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2010.09.0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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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1987년 미국의 한 독지가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거금을 희사한다. 월스트리트의 수많은 스캔들을 일으킨 이들이 바로 유명 경영대학원이나 로스쿨을 졸업한 '똑똑한' 인재라는 사실에 너무나 실망한 그는 거금을 희사하면서 미래 경영자들이 윤리적 행동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방안(즉 커리큘럼) 개발에 써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장면2. 얼마 전 만난 대기업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제자의 이야기. 그가 근무하는 회사는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첨단 IT를 잘 활용해 전 종업원이 언제 어디서나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잘 갖췄다. 그가 얼마 전 휴가를 갔는데 수시로 울리는 업무관련 전화와 바로바로 업데이트되는 메일 등의 데이터로 인해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왜 워크스마트가 필요한가. 구체적이고 어려운 목표를 세우면 성과가 높아진다는 목표설정이론에 따르면 어려운 목표를 기필코 달성하려는 사람들 내부에는 두 가지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첫째는 동기부여 메커니즘인데,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점을 인식하기 때문에 더욱 더 노력을 쏟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인지적 메커니즘인데, 단순히 노력을 많이 하려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수립한 (전략의 개발) 후 목표달성을 위한 행동을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대와 같이 불확실하고 초경쟁 시대에는 모든 기업은 쉽게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수립할 수밖에 없다. 목표가 모호하거나, 단순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목표 아닌 목표에 몰입되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당신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저 최선을 다 해야죠라고 두루뭉술하게 답하는 경우를 종종 보고 있다. 전형적인 그저 열심히 일하기의 자세라 할 수 있다. 워크스마트는 바로 어렵고 힘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첨단 테크놀러지를 활용해 좀더 효과적이고 창의적인 방안을 찾자는 시도며 과거의 패러다임을 벗어나고자 하는 시대적 변화로 볼 수 있다.



지금의 워크스마트는 부족한 1%, 겉똑똑이라는 말이 있다. 똑똑한 것처럼 보이지만 쓸데없이 실속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잘못된 것을 강조하면서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좀더 의미를 확대한다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목표달성만 고집하다가 잘못된 결과에 도달하는 사람을 말한다. 진정으로 똑똑한 사람은 목표달성에 도달할 수 있는 옳은 방법이 무엇인지 항상 따져 묻는 사람이며 자신의 행동이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행동하는 사람이다. 지금 진행되는 워크스마트 열풍이 겉똑똑이를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금 논의되는 워크스마트가 그저 언제 어디서나 어떤 일이든 가능한 작업환경 만들기라고 지적한다면 지나친 주장일까. 단순히 조직의 효율성을 창의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면 과거의 패러다임과 다를 바 없다. 그저 열심히 목표달성에만 근시안적으로 집중하자는 포장만 바꾼 과거 패러다임일 뿐이다.

우리는 가끔 특정한 가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다른 행동에 보상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지속가능, 혹은 장기성장을 강조하면서 실제 보상은 분기별 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똑똑하고 영리하게 그리고 올바르게 일하기 위해 스마트워크를 강조하면서 결국은 과거 패러다임처럼 효율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행동에 보상을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본질의 변화를 생각하지 않고 겉으로 그럴 듯한 팬시한 아이티 관련 테크놀러지를 과시하는 것은 진정으로 스마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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