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사학재단과 사유재산권

머니투데이 정기동 변호사 | 2010.07.26 07:40
민법상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은 모두 학술, 종교 등 비영리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지만, 사단법인이 사람으로 구성되는 인적 조직임에 반해 재단법인은 설립자가 출연한 재산으로 구성되는 물적 조직이다. 법인의 헌법격인 정관도 사단법인은 구성원 총회에서 결정하지만, 재단법인은 설립자의 재산 출연이 법인 성립의 전제가 되므로 설립자가 정관을 작성하고 이사를 선임한다.

그렇다면 설립자가 출연한 재산, 예컨대 사학재단의 부동산과 건물의 소유자는 누구인가? 재산의 출연자인 재단 이사장인가? 그렇지 않다. 출연된 재산의 소유권은 출연자가 아니라 재단법인 자체에 있다. 이사장은 정관에 따라 재단법인을 운영할 책임과 권한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민법은 이사장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그 직무를 행해야 할 뿐 아니라 이를 게을리 했을 때는 법인에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내용들을 종합하면 재단법인은 공익사업을 위하여 개인 재산을 털어 만든 것인 만큼 설립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되, 그 공공성으로 말미암아 설립자에게 소유자가 아닌 관리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행정관청이 필요한 지원과 제한을 하겠다는 것이 우리 법률의 태도이다. 사학재단, 즉 학교법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원주 상지대학교가 다시 시끄럽다. 대학의 부총장이 상경하여 세종로 청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할 정도다. 재단비리로 93년 김문기 구 이사장이 물러난 뒤 정부가 선임한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되어 오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구성된 2기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최근 정이사의 과반수를 구 이사장 쪽 사람으로 선정하여 그의 재단 복귀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사분위는 오는 30일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임시이사는 정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는 2007년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은 임시이사의 정이사 선임을 허용할 경우 사학의 자율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한다는 것이고 그 바탕에는 설립자의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생각이 있다. 상지대를 비롯한 사학재단 문제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학교법인의 공공성과 법인 설립자의 사유재산권 사이의 갈등이다.


다시 재단법인의 원론으로 돌아가 보자. 설립자는 공익사업을 위하여 자기 재산을 출연하여 재단법인을 설립한다. 출연재산은 재단 자체의 소유가 되지만 설립자의 이념은 자신이 만든 정관에 구체화된다. 설립이념을 보호하기 위하여 정관은 원칙적으로 변경할 수도 없다. 이제 설립자는 출연재산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행사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가 정한 보수를 받으며 자신이 만든 정관에 따라 재단의 재산과 사업을 관리하여 공적 목적을 지향한다.

사학의 자율성은 설립자가 자신의 건학이념을 실천할 재단을 자유로이 설립하고 그 이념을 침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립자가 당초의 이념을 버리고 비리를 저질러 물러난 경우에도 임시이사는 원래의 이념대로 정관에 따라 재단을 운영하여야 한다. 기독교재단의 학교를 불교학교로 바꾸거나 영리기업으로 전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재단은 설립이념을 유지한 채 영속성을 가진다. 달라진 것은 관리자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학문제를 사유재산권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은 재단을 실제로 사유물로 생각하고 설립취지와 달리 운영해온 사례가 많은 탓도 크다. 재단설립을 재산도피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그 예다. 그러나 학교법인은 재산권 행사의 대상이 아니라 공익사업을 위한 물적 기초이다. 공익적 제한은 재단법인의 본성상 불가피한 일이다. 비리가 검증된 쪽에 다시 학교를 맡기는 것이 사학재단의 공익성과 자율성을 지키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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