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표현할 자유

머니투데이 송기호 변호사 2010.05.3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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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시장]표현할 자유


미국에서 1999년에 있었던 일이다. 비타민 건강식품을 생산하는 한 식품회사가 “산화방지 비타민을 섭취하면 암에 걸릴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제품에 표시했다.

그런데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입증할 현저한 과학적 의견일치가 없다는 이유로 표시를 금지시켰다. 결국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이 사건에서 미국 대법원은 식품회사의 표현의 자유를 적극 옹호했다.



산화방지 비타민이 암 위험을 줄여준다는 연구가 존재하는 한, 식품회사는 이를 표현할 자유가 있다고 결정했다. 대신 아직 완전히 과학적으로 합의된 결론은 아니라는 표시를 덧붙이도록 해서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판례는 미국의 식품의 건강 효과 표시를 획기적으로 확대하였다.

비슷한 흐름이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에 일어났다. 비빔밥으로 유명한 전주에서 비빔밥 전문점 대표가 식품 허위 표시를 했다는 이유로 형사 법정에 피고인으로 섰던 사건이 있었다.



이 음식점은 비빔밥이 콩나물, 쑥갓, 고사리 등을 재료로 사용하여, 암을 예방하고 위장기능을 강화한다고 광고를 하였다. 그런데 이것이 비빔밥을 “의약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는 허위 광고라며 고발당한 것이다.

이 음식점은 구청이 부과한 과징금 660만 원을 내야 했고, 여기에 덧붙여 형사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야 했다. 다행히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비빔밥을 선전할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비빔밥을 의약품으로 혼동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표현할 자유, 또는 표현의 자유는 시장경제에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위해 필수적인 자유다. 그러므로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적극 보장하는 것이 시장 경제를 위해 유익하다. 미국과 한국의 사법부가 같은 결론에 이른 것도 이러한 판단을 배경으로 한다.


표현할 자유가 각별한 의미를 지닌 영역이 공론이다. 언론기관이나 일반 시민들이 활발하고 자유롭게 보도하고 의견을 개진할 때 여론이 형성된다. 이 건강한 여론은 자유 민주주의의 활력을 보장한다.

그런데 최근 표현할 자유를 위축시키는 사건이 공론의 장에서 빈번히 발생해서 매우 염려스럽다. 정부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비판하는 언론과 시민에 대해, 공무원들이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형사고소를 한다. 그래서 언론인과 시민들이 형사 피의자가 되어 검찰의 조사를 받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사표를 써야 할 공무원들

물론 공무원 개인들의 명예감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공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점검과 비판에 노출되는 것을 억울하게 생각한다면 사표를 쓰고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맞다.

공론의 장에서 제기하는 정책 비판은 공무원 개인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들이 언론과 시민들을 형사 고소하면서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비판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합당하지 않다. 공무원들이 언론과 시민에게 완벽한 사실 확인에 근거해서만 정책비판을 하라고 요구하려면, 먼저 공무원들이 모든 관련 정보를 완벽히 공개해야 한다.

언론과 시민은 합리적 의심을 근거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 언론과 시민이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두려운 공무원들이 고소장 대신 사직서를 쓰는 사회가 자유민주주의의 활력이 넘치는 사회이다.

식품회사에게도, 비빔밥집에게도, 모든 언론과 시민에게도 표현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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