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법률시장 개방 앞당겨야

송기호 변호사 2010.04.0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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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시장]법률시장 개방 앞당겨야


수출은 늘었다. 그러나 좋은 일자리는 구하기가 별 따기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었다. 10년만의 현상이다. 노령화 시대를 헤쳐 나가야 할 중년층과 고령층도 고용 불안에 내몰리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는 속속 은퇴 대열로 밀려나고 있다.

노동 시장 안에서도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에 필자의 서초동 법률사무소 건물 바로 옆 20여 층 건물에 국내 굴지의 공사가 입주했다. 건물 한 채를 아예 통째로 다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수백 명이 넘는 공사 직원들이 새로이 동네 골목에 등장했다. 점심시간이면 어디를 가든지, 공사 신분증을 목걸이처럼 차고 다니는 직원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의 당당한 모습이 보기 좋다.



그러나 이 동네에는 그들보다도 훨씬 더 많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서초동 법률사무소 직원들이다. 이들은 더 많이 일하고도 더 좋지 않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에게 공사 건물은 하나의 성채와 같을 지도 모른다. 공사 직원들의 신분증 목걸이는 성곽 출입 열쇠처럼 보일지 모른다. 갈수록 좋은 일자리가 하나의 특권 신분처럼 되어 가고 있다.

이 사회를 이루는 대부분은 일을 해서 생계와 가정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이다. 일하는 가정은 사회의 허리와 같다. 그러므로 그 위기는 사회의 진정한 위기이다. 일하는 가정이 희망을 가지려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계속 확산시켜야 한다.



어떻게? 그동안의 관성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길게 보면 우리 사회는 일제 식민지 때부터 지난 100년간 하나의 동원체제와 같았다. 앞선 나라를 따라 잡기 위해 온 사회의 내부 자원을 총동원해 왔다. 외부지향적인 추격모델은 많은 성과를 냈지만 그에 못지않은 한계를 남겼다. 우리 내부의 고부가가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내부를 쥐어짜고,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토목 공사에 의존하는 관성으로는 더 이상 실업과 빈곤에 대응하기 어렵다. 요체는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우리 내부에 많이 만들어 내는 방식을 개척하는 것이다.

그 방법의 하나로 법률시장의 개방을 앞당겨 우리 내부에 법률 전문 서비스 분야에서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OECD 국가 중 무역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 국가 한국이 가장 폐쇄적인 법률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역설이다.


법률 서비스 분야는 국제화 시대의 기업과 개인에게 필수적이며 고부가가치가 가능한 분야이다. 여기에는 단지 변호사 직역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로펌 경영자와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법률시장은 아직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흔히 말하는 전관예우 등의 왜곡된 구조가 남아 있어 실력 위주의 시장질서가 자리 잡지 못한데다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국제화 시대를 선도하기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법률사무소들이 외국에 사무소를 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국내에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 필자는 최근 카자흐스탄의 현지 법인 설립 문제를 의뢰받아 자문을 진행했다. 만일 서울에 카자흐스탄 변호사들이 자유로이 진입해서 한 팀이 되어 일한다면 훨씬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곳곳의 변호사들이 우리 내부에 진입해 한국 변호사들과 동업하고 한국 변호사와 직원을 고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가 아시아 법률 시장을 대표할 것인가? 단지 변호사 숫자와 외형적 경제 규모로만 본다면 당연히 중국의 변호사들일 것이다. 여기에 맞서려면 한국 법률사무소의 특색을 갖춰야 한다.

보다 쉽고 빠르게 외국 변호사들이 한국에서 한국 변호사들과 한 팀이 되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률시장의 고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서초동에 들어선 공사 못지않게 한국의 법률사무소도 좋은 일자리를 사회에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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