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키코 판결을 통해 돌아본 파생금융상품

김진한 변호사 2010.04.19 07:56
글자크기
[법과시장]키코 판결을 통해 돌아본 파생금융상품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됐던 키코 사건에 대해 법원의 본안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은행 등이 판매한 금융상품 관련 소송이 봇물 터지듯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업은 주로 키코 소송을, 개인은 역외펀드 관련 소송이 대부분이다.

키코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이 상당수에 이르렀고 그 손해액이 실로 막대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는 많은 기업과 금융기관, 법원의 관심사였다. 키코에 대한 가처분 재판의 결과가 나올 때마다 언론과 기업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키코로 인해 파생된 피해와 기업에 미친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보인다.



키코는 넉인(Knock-In), 넉아웃(Knock-Out), 프리미엄, 레버리지 등 여러 용어를 이해하고, 그 손익에 관해 표를 그려본 후에야 구조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복잡하다.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 금액의 외화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이다.

만약 환율이 위 범위 안에서 하락하면 기업은 환헤지를 일정 부분 할 수 있어 이익이 발생하고, 반면 만약 환율이 위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상승하면 기업은 손실이 발생하도록 돼 있다.



은행들은 2007~2008년 중소기업에 키코를 판매했는데, 많은 중소기업들은 영업이익이 발생하고도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손실을 입은 상태이다.

키코와 관련된 소송은 현재 약 100여 건 이상 법원에 계류돼 있고, 약 3년간의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이다. 법정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엥글 미국 뉴욕대 교수가 기업 측의 증인으로 출석, "키코는 은행이 환헤지한 불공정 거래"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법원은 가처분 단계에서 기업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고 은행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최근 키코에 관한 첫 본안 판결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법원은 "키코가 환위험 회피에 적합한 상품이고 은행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키코 피해기업공동위는 "은행이 키코 상품을 기업에 설명하면서 수수료 및 증거금이 필요 없고 비용이 들지 않는 '제로 프리미엄' 혹은 '제로 코스트'라고 소개했다"며 "조작한 프리미엄 계산표를 첨부해 엄청난 마진을 챙겼으므로 사기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은행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키코라는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한 은행의 행위가 사기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별론으로 하고(이러한 점에 관해서는 검찰 수사를 통하여 밝혀질 부분일 것이다), 키코에 따른 중소기업들이 피해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은행들이 키코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거나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권유했을 여지도 있다. 이런 점들은 소송을 통해 자세히 밝혀질 것이므로 여기에서 논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들은 자신의 책임을 무조건적으로만 회피하고 있고 법원은 금융기관의 고객 보호 의무를 좁게 해석해 은행을 보호하고 있는데, 이 같은 태도가 금융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과거 일본의 경우, 변액보험 관련 소송에서 은행들이 잇따라 승소하면서 변액보험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하락했다. 그에 따라 변액보험 판매가 중단됐고, 이는 일본 보험 산업의 장기침체 원인으로 작용했다.

고객들이 은행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적합성 원칙 위반에 따라 막대한 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구제해주지 못한다면, 은행들은 파생금융상품의 판매 부진 등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기업이나 개인이 성실하게 일해서 번 돈이 파생금융상품에 의해 사라지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번 판결은 직접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이를 판매한 은행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첫 번째 판결이었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됨에도 기업이나 개인들이 또 다시 파생금융상품에 발을 들이밀면서 전혀 조심하지 않는 점에도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을 뿐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