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 정동영과 박근혜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8.03.21 16:32

[제비의 여의도 편지]

편집자주 | 별명이 '제비'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릅니다.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습니다. 이유도 명확치 않습니다. 이름 영문 이니셜 (JB) 발음에 다소 날카로운 이미지가 겹치며 탄생한 것 같다는 추측만 있을 뿐입니다. 이젠 이름보다 더 친숙합니다. 동여의도가 금융의 중심지라면 서여의도는 정치와 권력의 본산입니다. '제비처럼' 날렵하게 서여의도를 휘저어 재밌는 얘기가 담긴 '박씨'를 물어다 드리겠습니다.

#정치엔 '계보'가 있다. '보스정치', '계파정치'는 추방해야 할 구시대의 유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계보' 다시말해 '라인'없이는 정치권에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 등은 지워버리고픈 '주홍글씨'가 아닌 영원히 간직해야 할 '훈장'이다.

총선에 나서는 선수들도 자신의 이름보단 라인을 이끄는 리더 이름을 앞세운다. 다만 어느 곳이나 승자는 있기 마련. 패배한 라인은 머리를 숙여야 한다. 그리고 지난 대선을 지나며 대부분은 패자가 됐다. 패한 '라인'은 위기다. 하늘 아래 태양이 두 개일 수 없듯이 말이다.

#여기서 패한 '라인'은 '선택'이 강요된다. 투항과 저항의 흐름으로 갈린다. 일부는 침묵을 선택한다. 마음을 완전히 비운 것인지 분을 삭이며 훗날을 도모하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반면 일부는 저항을 택한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진 친박 의원들은 이쪽이다. 아예 '라인'을 분명히 밝힌 '친박연대'라는 당으로 총선에 나서겠다며 저항한다.

이럴 때 라인의 수장 역할을 했던 리더의 고민은 깊어진다. 침묵할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권력을 아는 전직 대통령들은 세 가지 모습을 보이고 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한나라당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는 '악담'이었다. 자신의 입 역할을 했던 박종웅, 아들 김현철, 상도동계 김무성과 이규택 등이 낙천한 데 대한 즉자적 반응이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분신 박지원과 아들 김홍업이 통합민주당을 통해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 DJ는 일단 참았다. 그러다 21일 최경환 비서관 명의로 논평을 냈다. 측근이 낙천한 뒤 금세, 직접 나서 비난을 쏟아낸 YS와 달리 오래 참았다 비서관 명의의 논평이란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논평의 내용도 "당은 비리에 관련된 사람을 배제할 책임도 있지만, 억울하게 조작된 일로 희생된 사람의 한을 풀어줄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으로 YS에 비해 강도가 낮다.

노무현은 침묵이다. 그의 분신 안희정이 총선에 못 나간다. 안희정의 출판기념회에서 "책도 책이지만 안희정씨가 세상으로 나간다는 것을 알린다는 자리라는 점에서 가슴이 설렌다"고 했던 노무현이다. 마음으론 섭섭하고 달변가의 면모를 살려 한마디하고 싶겠지만 그는 침만 삼킨다.


#철저한 패자는 '희생'까지 강요받는다. 순간 정동영과 박근혜가 떠오른다.

정동영은 대선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졌다. 대권을 잡은 이에게 "함께 앉아있는 게 부끄럽다"고까지 했던 그다. 측근들은 걱정이 많다.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다.

검찰 소환이나 그의 상대로 정몽준을 투입한 것 등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당내에서도 그의 '라인'은 축소되고 있다.

박근혜는 경선에서 지고도 이겼다. 그렇기에 현 권력 입장에선 더 부담스럽다. 그 때문인지 이번 공천 과정을 겪으며 그의 눈앞에서 수족이 잘려 나갔다.

김무성, 이인기, 한선교, 이규택, 엄호성…. 헤아릴 수 없다. 그런데도 박근혜는 말을 아낀 채 '장고' 중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정당이 나왔음에도 말이 없다. "살아서 돌아오라"가 전부다. 정동영도 측근들에게 똑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언뜻 무책임해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론 무서움도 느껴진다. 돌아올 때까지 버티겠다는, 결코 죽지 않겠다는 의지가 전제된 명령이기에 그렇다. 패자의 반격이 가능할지. 총선 이후가 더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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