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朴vs친李' 지고 '이상득vs이재오' 뜨고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3.2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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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려진 한나라 '권력지도'...조각·공천서 이상득·이재오 갈등

한나라당의 권력 지도가 바뀌고 있다. 양대 계파로 군림해 온 '친이(이명박 대통령측)-친박(박근혜 전 대표측)'의 당내 권력 분점 구조는 이미 깨졌다. 4.9 총선 공천 과정을 거치면서 '친박'이 사실상 몰락한 때문이다.

'친이' 단일 체제로 재편됐지만 벌써부터 계파 내부의 분화 조짐도 뚜렷하다. 공천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핵심 실세들의 역학관계에 따른 것이다. 그 중심에 이명박 대통령의 친 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과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있다.



이 부의장과 이 전 최고위원간 갈등 기류는 이미 당내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다. 기폭제가 된 건 새 정부 조각이었다. 이 부의장이 인선 작업을 주도하면서 이 전 최고위원측에선 강한 불만이 터져나왔다고 한다.

장관 인사파동으로 인한 '조각 책임론'이 제기된 데에도 이 전 최고위원측이 불편함이 반영돼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갈등의 골은 공천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깊어졌다. 이 부의장의 '용퇴' 여부를 두고서였다. 공천 초기 이 전 최고위원측은 '이상득 불출마론'을 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 부의장이 대통령의 혈육이자 다선.고령이라는 점. 박 전 대표측 중진 의원들을 물갈이하는 명분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도 '이상득 불출마론'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이면엔 다른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평가다. 이 전 최고위원이 공천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이 부의장을 견제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공천책임론이 불거지자 "이재오 주변에서 많이 나갔으니(탈락했으니) '이재오 죽이기'가 맞는 것"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 전 최고위원측에서는 "공천을 주도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짓궂게도 우리쪽에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는 말도 했다. 공천 후폭풍의 책임을 질 사람이 이 부의장이란 의미다.

당내 소장파의 대표 주자인 남경필 의원이 21일 이 부의장의 용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남 의원은 "물갈이를 요구하는 폭풍같은 민심의 에너지를 이용해 정치적 사리사욕을 채운 사람들의 행위는 곧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고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의장측에 공천 책임을 돌린 것으로 이 전 최고위원과 당내 소장파간 '반이상득' 연대 움직임이란 분석도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 부의장과 이 전 최고위원간 갈등의 앙금이 올 7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당권을 쥐려는 이 전 최고위원에 맞서 이 부의장이 강재섭 대표측이나 정몽준 최고위원 등과 연대해 경쟁 구도를 만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계파 구도로 볼 때 '친박-친이' 구도가 깨지고, '이상득-이재오' 구도가 일단 형성됐다고 봐야 한다"며 "친이계 내부의 권력투쟁이 본격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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