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범호(가운데서 오른쪽) 감독이 17일 인천 SSG전에서 2024 KBO 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선수단이 17일 인천 SSG전에서 2024 KBO 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는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SSG 랜더스에 0-2로 패했음에도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KIA에는 9번째 정규 시즌 1위(단일 시즌 기준은 7번째)다. 앞서 1983년 전기 리그 1위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1988년(전·후기 통합 1위), 1991년(이하 단일 시즌), 1993년, 1996년, 1997년, 2009년, 2017년에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KIA 선수단이 17일 인천 SSG전에서 2024 KBO 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이범호 감독이 17일 인천 SSG전에서 2024 KBO 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이날 경기에 앞서 일어난 시간이 9시 17분이라 느낌이 좋았다고 했던 이 감독은 또 하나의 행운을 안고 시작했다. 그는 "오늘 아침 2017년도 우승을 함께했던 김기태 감독님과 통화를 하고 왔는데 그 기운이 이어진 것 같다. 당시 주장으로써 좋은 성적을 내고 많은 기억이 남았는데 그때 우리와 함께했던 분들이 기억나서 연락을 드렸다. 그분들에게도 너무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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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자력 우승이 아닌 삼성이 패하면서 매직넘버를 지웠다. 공교롭게도 KIA 경기가 끝나기 약 5분 전에 삼성이 두산에 패했고, 그 소식을 미리 접한 관중석의 팬들은 환호했다. 이 감독은 "(9회 초) 함성이 들릴 때 '정규시즌은 끝났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시리즈 우승할 때처럼 두근두근하는 마음도 생겼다. 이기고 우승했으면 좋았을 텐데 경기에 졌다. 하지만 나중에 광주에 돌아갔을 때 많은 팬과 축하하는 자리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믿었다.
올해 3월만 해도 쉽게 예상하지 못할 결말이었다. 스프링캠프 시작 직전 불미스러운 일로 이 감독은 급하게 사령탑에 올랐다. KBO 리그 최초의 1980년대생 감독의 탄생이었다. 현역 시절을 함께한 선수들도 여럿이었고 팀 내 최고참 최형우(41)와도 2살 차이에 불과했다. 그 탓에 KIA의 성적을 예상할 때면 언제나 초보 사령탑이라는 점이 위험 요소로 지적받았다.
이에 이 감독은 "투수 교체 타이밍, 대타를 썼을 때 교체되는 선수의 기분, 못 치고 에러한 선수를 뺄 때 기분을 고려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일단은 내가 생각한 대로 잘 움직인 것 같다. 교체 당시에는 느낌이 안 좋을 수 있지만, 끝나고 항상 대화했다. 또 그다음 경기에는 꼭 출전시켜주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선수들과 유대 관계를 잘 유지하려 했다. 선수들이 잘 따라준 덕분에 올 시즌 문제없이 잘 넘어가 좋은 시즌을 치른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누구든 한 번은 초보 사령탑이었다. 그때의 경험이 나중에 다 (자산으로) 남기 때문에 초보라고 생각하기보단 나중에 (이 점을 활용해) 어떻게 경기할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 나는 운 좋게 실패보다 성공으로 먼저 시작하게 됐는데 앞으로 감독 생활에 있어서도 방심하지 않고 지금 모습 그대로 준비할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매년 좋은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범호 KIA 신임 감독이 지난 2월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에게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이범호(맨 왼쪽)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이 감독은 "하늘이 너무 많은 시련을 주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특히 크로우, 이의리, 윤영철 등 차례로 빠져나가 걱정했는데 다른 선수들이 그 자리를 잘 메워주고, 7월부터 팀이 안 넘어지는 것을 보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구나 확신을 갖고 자신감 있게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플레이는 내가 아닌 선수가 하는 거다. 선수들이 플레이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지 도움을 주는 데서 시작했다. 이렇게 운영하면 분명히 성적이 날 거라 믿었다. 14년간 KIA에 있으면서 선수들이 마음껏 뛰게 하면 오늘 한 경기는 실패하더라도 다른 2~3경기를 이길 수 있게 해준다는 걸 알았다. 선수들과 좋은 유대 관계를 만들며 마음껏 할 수 있게 하는 게 내 역할이었다. 선수들에게서도 1회부터 9회까지 언제든 찬스가 잡히면 점수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발견했다. 9명의 선수가 언제든지 나가서 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꾸려 노력했고 그런 것들이 잘 나왔기에 많은 역전도 이뤄진 것 같다"고 답했다.
한국시리즈 직행에 성공한 KIA는 이제 무패 신화 수성에 나선다. KIA는 11번의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내주지 않으면서 KBO 리그 역대 최다 우승의 명문 팀으로 거듭났다. 해태에서 KIA로 이름이 바뀐 뒤에도 그 명맥은 이어져 2009년, 2017년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뒤 각각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두산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 감독은 "(한국시리즈 무패에 대한) 부담은 없다. 선수들을 믿고 있다. 11번 올라가서 다 우승했으니 12번째에도 우승할 거다. 한국시리즈는 올라가면 우승해야 한다. 하지 못하면 안 된다. 4경기를 이기기 위해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힘든 상황이 됐을 때 어땠는지 이겨낼지 많은 분에게 조언을 구할 생각이다. 한국시리즈까지 한 달 정도 남았는데 해야 할 건 엄청 많다. 네일과 윤영철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적 영가 있다. 최고의 전력을 가지고 매 경기 이길 수 있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서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