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지수, 2개 버전 출시하는 밸류업 지수···꺼져가는 불씨 살릴까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4.09.18 06:33
글자크기
한국거래소 '밸류업 지수' 개요/그래픽=조수아한국거래소 '밸류업 지수' 개요/그래픽=조수아


한국거래소가 정부 증시부양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일환으로 공개하는 이른바 '밸류업 지수'가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인 가운데, 해당 내용이 부진한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게될지 주목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는 23일부터 시작되는 9월 넷째주에 밸류업 지수를 공개한다. 지수는 예정대로 한 개가 출시되며, 한 개의 지수를 두 개의 버전으로 발표하는 것이 주요 골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주가수익지수(PR: Price Return)형과 총수익지수(TR:Total Return)형이 공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PR형은 주가수익률만 반영한 지수로 투자 수익에 대한 배당금이 투자자들에게 곧바로 지급되는 일반적인 유형의 지수다.



TR형은 편입 종목에서 나오는 현금배당이 발생하면 즉시 포트폴리오에 재투자를 가정해 산출하게 된다. 배당금을 자동으로 재투자하게 돼 복리효과가 커지고, 해당 ETF(상장지수펀드)를 매도하기 전까지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흔히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수익을 자동 재투자해 장기적인 성과를 향상시키고자 선호하는 유형이다.

특히, TR형은 최근 국내시장 투자환경이 시세차익보다 배당을 통한 현금흐름 확보가 중요해지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보기가 쉽지 않은 유형이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가라앉아 있고, 성장동력의 일환으로 밸류업 지수에 대한 기대가 커지다 보니 거래소 내부에서도 다양한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두 지수 유형에 맞춘 ETF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흥행 여부다. 최근 코스피 등 국내 증시는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와 대선 리스크, 계절적 요인, AI(인공지능) 및 반도체 거품론 등의 영향으로 부진하다.

국내 증권업계는 조만간 있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과 함께 밸류업 지수 공개가 모멘텀이 돼야 한다는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평가가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밸류업 지수가 국내 시장의 저평가를 완화해주는 역할은 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 상승 모멘텀 역할까지 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밸류업 지수를 추종해 상장하게 될 ETF가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증권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ETF는 기본적으로 분산투자라 수익률이 낮아 개인들이 얼마나 살지 모르겠다"며 "밸류업 수혜주인 은행주만, 혹은 통신주만 사겠다는 투자자 성향도 최근엔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