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MBK는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이 지난 13일 공개매수 신고서를 공시하고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강화 목적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MBK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노리는 명분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다. MBK측은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추가로 취득, 훼손된 고려아연의 지배구조와 기업가치를 개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래 목적은 이익 극대화라는게 재계 중론이다. MBK 입장에선 분쟁이 생긴 곳에 개입하면 무엇보다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 부담을 낮춰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M&A 시장이 위축됐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 같은 낮은 프리미엄 부담의 매력은 더 높다. 낮은 부담으로 확보한 지분은 추후 기존 분쟁 당사자 등의 갈등이 이어지면 가치가 더 높아진다.
이를 바라보는 재계 시선은 곱지 않다. 재계 입장에선 내부 갈등을 틈타고 들어와 경영권을 얻어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업사냥꾼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업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돼 핵심 경쟁력을 키울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고려아연도 MBK의 전략을 같은 시각으로 본다. 이차전지 소재와 자원순환(폐배터리 리싸이클링),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공개 매수자들이 당사 경영권을 확보하게 될 경우 이러한 핵심적인 사업전략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다는 것. 고려아연측은 " 국가기간산업이자 장치산업인 비철금속 제련업의 특수성과 이 산업 영역에서 세계 1위에 오른 고려아연의 경쟁력도 상실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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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재계 관계자는 "높은 상속세율 탓에 국내 기업은 3, 4세 오너 경영체제로 오며 지배력이 취약해진 경우가 상당수"라며 "이 같은 틈을 사모펀드가 집중 공략하는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