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훈 변호사
보통 그들은 경영진과 실무자 사이에서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임원은 자신의 계약기간인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만 한다. 숫자로 표현되는 이것들은 실무자들을 쥐어짜면 손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특히나 임원의 입지가 조직 내에서 단단하지 못하고 연말에 있을 계약연장에 성과가 직결된다면 그의 리더십은 좀 더 가혹해질 수 있다.
임원과 팀원 사이에 끼어 있는 중간관리자는 바로 이 상충하는 이해관계 안에서 임원의 지시와 팀원들의 요구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존재인 것이다. 이제 관리자로서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들이 고충을 토로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조직의 조건 위에 선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 30대 팀원들은 이러한 전근대적 조직문화에 적응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초과근로는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미리 고지돼야 하고 업무지시권이 상사에게 있다 할지라도 그것이 부당하다면 이의를 제기하며 회식이 도대체 회사 생활에서 왜 필요한지 모르는 것이다.
끼어 있는 많은 팀장이 자신의 위치를 힘겨워한다. 자신들은 젊은 시절 조직을 위해 스스로를 회사형 인간으로 개조했는데 지금 팀원들은 그런 양보를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임원의 요구에만 맞춰 팀을 이끌어가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조직에 따라 중간관리자가 팀원들의 상향평가를 받기도 하고 팀장의 업무지시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로 신고당할 수도 있다. 불합리한 야근강요, 과중한 업무부여, 강압적 회식참여 요구는 모두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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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만난 대기업 영업부서 팀장으로 일하는 친구의 고민이 정확히 이 지점에 놓여 있었다. 부서장은 자신의 다음 포지션에만 관심이 있고 팀원들의 안위에는 별 생각이 없다. 부서의 팀원들 역시 사업부에서 자체 채용한 자들로 대기업 계열사에 재직했다는 이력이 중요할 뿐 업무에 의욕이 없기는 임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기업은 허울에 불과하고 시장 열위자로서 새로운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해야 하는 이 사업부에서 사업방향에 맞지 않는 업무지시와 함께 불합리한 초과근무를 지시받는 경우 팀장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업무보다 회식을 원하는 임원 앞에서 그는 어떻게 팀을 이끌어가야 할까. 내가 그에게 한 성급한 조언은 해당 사업부를 빨리 벗어나라는 것이었다. (양지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