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4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 사무실에서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북한 내부에선 남북경제 격차를 120대 1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태 사무처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그리고 통일 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태 사무처장은 4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 사무실에서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북한 내부에선 남북경제 격차를 120대 1로 보고 있다"며 "(북한 정권은) 이러한 경제 격차를 가지고 (주민들에게) 통일이 되면 남한 자본의 노예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중국·러시아를 연결하는 지리적 특성으로 경제적 편익이 있다"며 "현재 국내 저출생으로 제조업 분야에서 고갈된 인력을 북한이 보충해 줄 수 있다. (통일을 했을 때) 얼마나 많이 경제적 효용이 생기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도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을 알리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 발표한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를 보면 최근 10년간(2013~2022년) 북한의 실질 GDP(국내총생산) 평균치는 33조2442억원이다. 이는 한국이 1963년 기록한 경제 수준이다. 북한이 지난해 러시아에 무기 공급 등을 하면서 경제 성장이 예상되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며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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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사무처장은 "북한 김정은 정권은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나 정보 등이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인프라를 깔았다"며 "저는 과거 컴퓨터 교육을 못 받았지만 현재는 적어도 중학교에선 컴퓨터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교육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 내부에서도 컴퓨터와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고 해외에 나가는 근로자들은 휴대폰을 가지고 나간다"며 "외화를 버는 주요 인력들은 3년 주기로 일하고 들어가기 때문에 휴대폰을 통해 한국 사회를 접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 가면 어떤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실사구시 차원에서 그들이 한국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온라인 영상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는 데 북한의 반응이 없는 배경'에 대해선 "북한의 정책 기조는 적대적 2개 국가론"이라며 "북한이 공식 반응을 보인다면 2개 국가론을 정당화하고 윤 대통령의 자유통일 독트린을 비난해야 하는데 북한 내부에서도 2개 국가론을 어떻게 정당화할 지, 당 내부에서도 이론적으로 체계화하는 이론이 적립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새 통일 담론인 '8·15 통일 독트린'을 제시했다. 1994년 광복절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발표한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을 보완·강화한 구상이다. 독트린은 정치적으로 국가의 외교 정책을 국제 사회에 표방하는 것을 말한다.
태 사무처장은 지난달 2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차관급인 민주평통 사무처장 임명장을 받고 공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직위에 탈북민 출신 인사가 기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태 사무처장은 2016년 8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로 근무하다가 한국으로 망명했다. 2020년 4월에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4년간 의정활동을 했다.